와인스틴 재판서 반대심문 '공격'에 울음 터뜨린 피해자

입력 2020-02-04 16:28
와인스틴 재판서 반대심문 '공격'에 울음 터뜨린 피해자

와인스틴 측 "강압적 관계 아냐…오히려 피해자가 와인스틴 조종해"

피해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와인스틴 두려웠을 뿐"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세계적으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가 와인스틴 측의 노골적인 반대 심문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와인스틴 측 변호사 도나 로툰노는 3일(현지시간) 뉴욕주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여배우 제시카 만(34)을 겨냥해 그가 "와인스틴을 조종하려 했다"며 공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로툰노는 특히 만이 며칠 전 와인스틴과 '강압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다고 돌연 시인한 점을 지적하며 그가 매번 와인스틴을 조종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만이 와인스틴에게 보냈던 우호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증거로 들며 그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 이후에도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와인스틴을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로툰노는 "누구도 당신만큼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라거나 "한결같은 지지와 친절을 보내줘 고맙다"는 말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낼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만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와인스틴을 속이려 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가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가 믿기를 바랐다"고 주장했다.

만은 와인스틴의 예측할 수 없는 분노가 두려웠기 때문에 연락을 이어갔던 것뿐이라며 "그러던 동안에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4년 남자친구에게 와인스틴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보낸 이메일을 낭독하던 중 울음을 터뜨렸다.

만은 당시 편지에서 "와인스틴은 내 아버지와 같은 나이였고, 그 당시 내가 필요했던 모든 것을 확인해줬다"면서 "그를 내 가짜 아버지로 만들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편지에는 만이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기 때문에 와인스틴에게 쉽게 저항할 수 없었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한편 이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와인스틴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떨구고 마치 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와인스틴은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30여년간 유명 여배우는 물론 회사 여직원 등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해온 것이 드러나 지위와 명예를 잃고 추락했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만 80명이 넘었으며, 이들 중에는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도 있다.

미투 운동의 핵심 열쇠로 여겨지는 이번 재판에서 와인스틴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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