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부품대란 부른 신종코로나…실물경제 리스크 최소화해야

입력 2020-02-04 15:53
수정 2020-02-04 16:51
[연합시론] 부품대란 부른 신종코로나…실물경제 리스크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면서 국내 제조업계에 부품 대란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고 춘제 공장 휴업을 연장하면서 생긴 여파다. 중국 부품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부품공급이 끊기면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자동차 업계다. 쌍용자동차가 4일부터 일주일간 가동을 중단키로 했고,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공장 휴업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꺼리면서 관광지나 숙박, 음식점, 문화공연, 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핵심 제조업 분야마저 신종 코로나의 강력한 영향권에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제조업체 부품 수급뿐 아니라, 우리가 중국에 직접 투자한 많은 사업장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수그러든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국내 경제에 미칠 후폭풍 역시 가늠할 수 없을 것 같다.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이 길어지면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에 줄 충격파는 더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자·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핵심산업의 주력 업체들은 상당수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겼고, 부품업체들도 따라서 중국으로 이전했다. 납품 대상 대기업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비용을 줄이려고 사업장을 중국으로 옮긴 부품업체도 많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이런 부품 공급망 아래서 중국으로부터 부품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를 맞은 것도 '와이어링 하니스'라고 불리는 부품을 중국 내 생산기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전기배선 모듈인 이 부품을 중국에 진출한 부품업체 3곳으로부터 대부분 공급받고 있다. 바로 대체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내 자동차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 쑤저우 가전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 배터리 공장,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 등은 이미 가동 중단을 오는 8일이나 9일까지로 연장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등 반도체 생산라인은 최소인원으로 돌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신종 바이러스 영향권이 관광·외식·문화·유통 등 서비스 산업에서 제조업으로 급격히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위축이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공포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면 우리에겐 설상가상이다.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민간 전망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고, 일부는 올해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경기 반등을 기대하며 정부가 제시했던 2.4% 성장 목표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라는 단어를 15번씩이나 언급한 데서도 위기감이 묻어난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물론 전 국민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기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당부대로 최악의 상황까지를 대비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다방면의 대응책 마련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필요한 곳을 빨리 찾아내 신속히 지원하고 애로가 있는 곳은 바로바로 뚫어줘야 한다. 다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불안감은 경기 위축을 깊게 할 뿐이니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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