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애국주의 전통의학 장려 탓 신종코로나사태 악화"
포린폴리시 주장…관영매체 '돌팔이 처방' 했다 물타기
"전염병 확산사태에 전통중의학 국가지원체계가 해악 끼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중국 미디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정치적 선전 목적에서 비롯된 엉터리 중국의학을 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3일(현지시간) "이른바 전통 중의학(中醫學)은 이번 위기 대응에서 긍정적 기능보다 해를 끼친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중국 의약품 중 하나인 '솽황롄'(雙黃連)에 대해 신종 코로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후 전국적으로 솽황롄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솽황롄은 발열, 기침, 인후통에 효능이 있는 중의약품으로 인동덩굴의 꽃, 속서근풀, 개나리 등이 주성분이다.
솽황롄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가금류와 가축용 솽황롄을 잘못 구매하거나 '짝퉁' 약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솽황롄의 약효와 보도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하면서 사태는 솽황롄의 마법적 성분에 대한 신화통신의 보도를 다른 관영 매체들이 희석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나아가 우한폐렴과 관련해 대중적 정보 창구 역할을 하는 의료전문 사이트(dxy.cn)도 솽황롄의 우한폐렴 치료 연관성을 부인했다.
FP는 "솽황롄은 허구적인 체액 이론 등을 조합해 사실상 1960년대 창안된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중의학 약재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임상적 증가가 매우 불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솽황롄이 기도 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솽황롄과 관련된 이런 소동의 배경에는 중국이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전통 중의학(TCM)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 사업화된 TCM은 오늘날 약초상과 아마추어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화된 제약회사로 중국 연간 시장 규모가 450억달러(약 53조5천억원)에 달한다.
TCM 사업은 대체 의학이 아니라 철저히 관습적이고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 신종코로나 사태로 3일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TCM 생산 제약회사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그러나 TCM은 중국에서 특히 위험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TCM은 중화인민공화국 초기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에 의해 성문화됐으며, 중국 의료 보건체계의 많은 부분이 최소한 명목상이나마 아직 TCM과 연관돼 있다.
대체로 모든 병원의 10% 정도가 이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런 서비스는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제공된다.
그러나 불투명한 시스템 탓에 TCM 병원의 부정 이득을 부추기기도 한다.
물론 전통 중의학에는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약도 많이 있다.
문제는 전통적 처방에서 임상적 기준이 형편없는 경우가 여전해 데이터 조작이 일반적이라는 데 있다. 1998년의 한 연구 보고서는 TCM 관련 논문의 99%가 긍정적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는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하고 잘못된 관행이 만연해있다는 확실한 표지이다.
실제로 영국 연구소들에서 시험한 결과 TCM 약제의 30∼35% 정도가 전통의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종종 위험할 정도로 불안전한 투여량을 보였다.
TCM 산업은 역사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TCM을 중화 문명의 보석이라고 거듭 칭찬한 데 힘입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중의학 처방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은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전만 해도 활발했으나 지금은 시 주석이 후원하는 다른 제도에 대한 비판론과 마찬가지로 그런 논쟁 자체도 사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FP는 최근 우한 폐렴 대처에서도 이런 관행 때문에 소중한 재원이 국가적 후원하에 '돌팔이 의사 치료'에 쏟아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갈 형편이 안되거나 격리를 두려워하는 가난한 중국인들에게 자가 치료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럴싸한 약초와 상상적 이론은 과학적 대응을 해야 할 바이러스 퇴치전에 해악만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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