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중 등장한 깃발에 푸에르토리코 열광

입력 2020-02-04 07:55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중 등장한 깃발에 푸에르토리코 열광

푸에르토리코계 미 가수 로페즈, 공연 중 깃털로 된 깃발 옷 선보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의 하프타임 공연을 보고 뜨겁게 열광했다.

무대를 꾸민 미국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활짝 펼쳤기 때문이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하프타임 공연에서 푸에르토리코 깃발이 등장하는 순간 푸에르토리코 전역에 함성이 퍼져 나갔으며, 공연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돌려보거나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로페즈는 자신의 노래 '렛츠 겟 라우드'(Let's Get Loud)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를 엮은 무대에 깃털로 된 겉옷을 걸치고 나왔다.

4만 개의 깃털과 2천 개의 크리스털로 만든 이 베르사체 외투의 겉감은 성조기 무늬였는데, 로페즈가 망토를 활짝 펼치자 안감엔 푸에르토리코 깃발이 드러났다.

로페즈가 벗은 겉옷을 백댄서들이 다시 한번 활짝 펼쳐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내보이기도 했다.



푸에르토리코 과야니야에 거주하는 다니 에르난데스는 AP통신에 "모두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의자에서 뛰어올랐다. 정말 신나는 순간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에르난데스는 2017년 3천 명의 푸에르토리코인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 이후 푸에르토리코 깃발은 회복과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막말 채팅' 논란을 일으킨 리카르도 로세요 전 지사의 퇴진 시위를 겪으면서는 깃발이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선 1948년 깃발이 독립운동을 상징한다며 개인이 깃발을 소유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법은 1957년 폐기됐다.

푸에르토리코 기자인 조나탄 레브론 아얄라는 "좋든 나쁘든 사람들이 푸에르토리코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연 직후 구글에는 "하프타임 쇼에 나온 깃발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등장했다고 AP는 전했다.

최근 푸에르토리코 국민이 잇단 지진으로 시름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 공연이 "어려운 시기에 멋진 서프라이즈이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레브론은 평가했다.

로페즈와 콜롬비아 가수 샤키라가 꾸민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라틴'스러운 공연이었다.

로페즈가 깃발을 펼치기 직전 그의 11세 딸과 여러 소녀들이 새장처럼 생긴 구조물에서 노래하는 것을 두고는 이민자 아동을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CNN 스페인어판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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