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에 끼어든 브라질, 대 이란 농산물 수출 타격 우려

입력 2020-02-04 03:26
미-이란 갈등에 끼어든 브라질, 대 이란 농산물 수출 타격 우려

좌파정권 아르헨티나에 이란 시장 잠식당할 가능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과정에서 미국 편에 선 브라질이 이란에 대한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농산물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에 브라질이 미국과 함께 오는 4∼6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중동 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회의가 이란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이란 무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브라질-이란 관계 악화 가능성을 예상하고 이란과 무역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브라질은 이란에 22억 달러를 수출했고 1억1천600만 달러를 수입해 20억 달러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브라질산 옥수수는 이란 전체 수입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브라질 농업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친(親) 미국-이스라엘 노선에 이어 실무그룹 회의가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이란과의 무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군 출신 인사들은 미국-이란 갈등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으며, 재계는 중동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브라질 기업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이란 간 갈등에서 미국을 지지하지만, 이란과 무역 관계는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란 간에 전운이 고조되는 것과 관계없이 이란과 정상적으로 무역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군의 폭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살해되자 브라질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브라질은 테러의 재앙에 맞서 싸우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사실상 미국의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란 정부는 테헤란 주재 브라질 대사관의 마리아 크리스치나 로피스 대리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브라질 외교관을 초치한 것은 그들의 권리"라면서 맞대응을 자제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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