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화력발전소 인근 거북 28마리 폐사…정부 "박테리아 감염"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매부리바다거북'도 죽어…발전소 의심받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마트라섬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해변에서 작년부터 총 28마리의 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박테리아 감염'이 주된 사망원인이라고 발표했다.
3일 베리타사투 등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븡쿨루주의 천연자원보호국(BKSDA), 환경산림청, 기상기후지질청(BMKG)이 거북이 폐사 사건 공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은 "거북이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화학물질이 아니라 박테리아 감염 등으로 죽었다"며 "정부의 시험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누구든 과학적으로 이의제기를 해라. 다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작년 4월부터 븡쿨루주 틀루크 세팡 석탄화력발전소 근처 여러 해변에서 거북이 사체가 잇달아 발견됐다.
일부는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담배꽁초, 나뭇조각이 나왔고 대부분 내부 장기가 손상돼 부패한 상태였다.
특히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매부리바다거북(Hawksbill sea turtles) 두 마리가 각각 발전소의 액체 폐기물처리장에서 100m와 20m 떨어진 지점에서 죽어 있었다.
천연자원보호국은 작년 11월부터 거북이 10여 마리와 물고기 수백마리 사체가 잇달아 발견되고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발전소 폐기물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제기하자 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발전소가 뜨거운 물을 바다로 배출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거북이 죽었다는 의혹도 내놓았다.
당국은 12월 초 부검을 통해 샘플을 채취한 뒤 동물연구센터에서 분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살모넬라균과 클로스트리듐균 등이 나왔고, 화학물질의 흔적은 없었다.
합동조사팀은 아울러 븡쿨루주 해변 10곳의 해수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수질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천연자원보호국은 "작년 9월부터 12월 초순까지 이례적으로 해당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크게 떨어졌다가 12월 중순부터 다시 따뜻해졌다"며 "해변 가까이에서 거품이 보였던 것은 오염물질 배출이 아니라 플랑크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보호단체는 "정부는 바다거북 폐사를 자연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발전소 때문에 거북이 죽었다고 확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없다. 우리의 역할은 정부가 철저히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