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종코로나 경제충격 가시화, 비상 대응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중국 본토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염병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이후 처음 문을 연 중국 증시는 3일 개장하자마자 8% 넘게 폭락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각국 기업은 제품 생산 차질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적 이동과 물류가 막히면서 관광과 유통, 소비재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 수출의 4분의 1을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신종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감염증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얘기다.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실천하길 바란다.
관건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이다. 조기에 종식된다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중국에서의 감염자와 사망자 증가 속도를 볼 때 사태의 조기 종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스(2003년)와 메르스(2015년) 사태 때 우리 경제는 연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이 각각 0.1, 0.3%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사스 당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가 약간 넘었으나, 지난해엔 16.3%로 4배 높아졌다. 전 세계 관광객의 3분의 1은 중국인이다. 명실상부 중국은 세계 경제의 심장이다. 자동차와 IT를 비롯한 제조업 전반에 걸쳐 세계 주요 기업들은 중국에 부품 또는 완제품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사스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중국에서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미 제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비롯한 제조업의 부품 공급과 완제품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작년(2.0%)보다 높은 2.4%로 설정하고 연초부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행히 작년 연말부터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서도 반등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라는 돌발 악재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경제의 중장기 펀더멘털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이 악화하고,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내수마저 가라앉을 수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백화점 매출이 급감하고 숙박업과 외식업, 운송업이 충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2% 성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예산은 사상 최대규모의 팽창 예산이어서 우선은 확보된 예산을 조기에 푸는 것이 중요하지만 필요할 경우 메르스 사태 때처럼 긴급 추경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이 있지만,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동원할 수도 있다. 소비 진작과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요구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시나리오별로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 상황을 오판해 정책이 실기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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