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이오와서 지지 후보 안 정한 민주당원들?…거의 절반"
3일 미 대선 경선 첫 테이프 끊는 아이오와주…부동층 민심 향배 주목
미 전역 관심집중 속 주민들 기대도 상승…첫 민심 표출 자부심도 상당
(디모인·인디애놀라[미 아이오와주]=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코커스(당원대회)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좋아합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18세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코커스에 빠진 적이 없어요."
2020년 미국 대선의 첫 후보 경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 시내에서 만난 백발의 커티스 데라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 얼굴이었다. 나이를 묻자 예순여섯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평생 아이오와주 토박이로 살면서 근 50년간 미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아이오와 코커스에 꼬박꼬박 참석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인 그가 사는 지역의 기초선거구에선 2천명 정도가 코커스에 온다고 했다. 코커스는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지지 후보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취지를 담고 있는 제도다.
2020년 시대에 코커스라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2천명이 지지 후보에 따라 손을 들고 일일이 세는 과정이 복잡한 건 맞지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은 동네는 30명 정도만 나온다"고 웃으며 답했다.
코커스 참여로 지지 후보에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자체도 의미 있지만 아이오와에 매번 미 전역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했다.
그는 "아이오와는 아주 작은 지역인데 코커스 때가 되면 내가 걸어 다니던 시내가 TV에 다 나온다. 온갖 주요 언론이 여기에 다 모이고 대선 후보들은 물론 그들을 지지하는 의원들까지 모두 몰려온다"면서 "그야말로 우리에겐 큰일인 거다"라고 했다.
아이오와 주민들에겐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민심을 표출한다는 자부심도 상당해 보였다. 디모인 공항은 물론 거리에도 미 전역에서 처음 코커스를 치른다는 점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디모인 시내에서 만난 50대 남성 스티브 개럿은 "우리가 첫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그런데 아이오와에서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않은 민주당원이 몇 퍼센트인 줄 아느냐. 거의 50%이고 내가 그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을 1차로 지지할 예정이지만 15%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택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을 아예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장에서 다른 후보 측에 설득당할 수도 있냐고 했더니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코커스에 참석할 것이라는 민주당원들을 상대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벌인 조사에서도 59%는 지지 후보를 정했다고 했지만 39%는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지 않고 코커스 현장을 찾는 당원들이 적지 않다 보니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들을 상대로 각 진영이 벌이는 구애 작업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타운홀 행사가 있었던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에서 만난 민주당원들도 이틀밖에 남지 않은 코커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30대 여성 신시아 크레이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국정운영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원들이 대거 코커스에 참석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끔찍하고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당황스럽다. 취임 이후에 1만5천번의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코커스에 나오는 민주당원들이 엄청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수전 클리즈비는 아이오와 코커스의 역동성을 직접 보고 싶어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하지만 샌더스 의원을 두 번째로 좋아한다면서 다음날도 다른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가 볼 생각이라고 했다.
클리즈비의 친구라는 아이오와 주민 수전 피터슨은 "코커스는 단순히 흥미로운 행사가 아니라 유권자의 의무"라면서 자신도 코커스를 거의 빼놓지 않고 참여했다고 했다.
공화당도 코커스를 치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아이오와를 지켜보는 시선이 모두 민주당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장장 9개월의 대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한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리를 발판 삼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 후보마다 아이오와 표심 잡기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아이오와에 이어 8일 뒤인 11일에는 뉴햄프셔주에서 비당원도 참여할 수 있는 투표 형식의 프라이머리 경선이 진행되는 등 각 주가 경선을 치르고 7∼8월 전당대회를 거쳐 11월 3일 대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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