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진통끝 새총리 임명…정쟁·혼란 계속될 듯
의회 내 합의 불충분…"반정부 시위대 찬반 양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무함마드 타우피크 알라위(66) 전 통신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이라크의 새로운 총리로 임명됐다.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국가의 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지 두 달 만이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의회 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파가 총리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면서 내각 구성권을 부여해 행정부가 구성된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중도 사퇴하면서 이에 대한 명시적 법규나 규정이 없어 차기 총리 추천·임명 절차가 혼란에 빠진 데다 의회 내 정파간 정쟁이 극심해 입법부도 사실상 마비되는 바람에 사퇴한 전임 총리가 국정을 책임졌다.
이날 신임 총리 임명도 바흐람 살리 대통령의 발표가 아닌 사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알라위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는 방식으로 먼저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살리 대통령은 이날까지 차기 총리 후보를 자신에게 추천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이날 이라크의 의회는 약 12시간 동안 총리 후보 선출을 위해 '마라톤 회의'를 했다.
주요 외신들은 알라위 신임 총리가 의회 내 정파간 합의로 추천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재 이라크 의회는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정파가 없기 때문에 정파간 연대로 최다 의석을 확보해야만 총리 추천권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주요 정파가 자신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바람에 총리 추천권의 소재도 불분명하다. 이라크 의회는 종파(시아·수니), 종족(아랍·쿠르드·소수민족), 대외 노선(친미·친이란·중도)으로 사분오열된 상황이다.
따라서 비록 살리 대통령이 알리위 전 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지만 절차적 시비와 정파간 정쟁이 계속될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의회가 그의 임명을 투표로 승인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회에서 의석이 가장 많은 알사이룬을 이끄는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알라위 신임 총리를 지지했으나 그를 반대하는 정파의 성명도 이어졌다.
알리위 신임 총리의 임기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조기 총선 때까지라고 해석했다.
이라크 정부의 실권자는 총리지만 각 정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장관직이 안배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알리위 신임 총리는 이날 올린 동영상에서 "각 정파가 장관 후보자를 나에게 들이민다면 총리직을 사퇴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반정부 시위대에게 "나는 여러분의 신임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피고용인이다. 따라서 여러분의 요구가 나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실현될 때까지 후퇴하지 말아 달라"라며 "희생없는 변화를 얻을 수 없는 만큼 시위를 계속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주요 외신은 그의 총리 임명 소식에 반정부 시위대가 찬반으로 양분됐다고 보도했다.
알라위 신임 총리는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2006∼2014년) 시절 두 차례 통신부 장관(2006∼2007년, 2010∼2012년)을 역임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1일 부패 청산, 실업난과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젊은 층의 시위가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일어나 넉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의 발포로 시민이 500명 가까이 숨졌다.
이런 폭력적 압박을 무릅쓴 반정부 시위 덕분에 지난해 12월 총리와 대통령이 잇따라 사퇴했고, 정치 기득권에서 독립된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이 실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반정부 시위가 반미 시위에 밀려 동력이 약해졌다.
이라크에서는 최근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사망(12월27일), 미군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기지 폭격(12월29일), 친이란 세력의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난입(12월31일, 1월1일), 미군의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1월3일),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미사일 폭격(1월8일)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지난달 말 대중 동원력이 큰 알사드르 세력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반정부 시위대에서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알라위 신임 총리의 임명을 놓고도 반정부 시위대의 반응이 혼재한 것은 시위의 방향성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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