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심장 옮기던 日헬기 불시착…이식 좌절·7명 부상

입력 2020-02-01 19:47
뇌사자 심장 옮기던 日헬기 불시착…이식 좌절·7명 부상

사고 후 순찰차→비행기→헬기로 심장 운송했지만 1시간 늦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이식용 심장을 운반하던 헬기가 불시착해 7명이 다치고 결국 이식이 좌절되는 사건이 일본에서 발생했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께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고리야마(郡山) 시의 논에 이식용 심장을 싣고 가던 후쿠시마현 경찰본부 소속 헬기 '아즈마'가 불시착했다.

헬기는 불시착하면서 전도됐고 꼬리 날개 부분이 절단됐다.

이 사고로 경찰관과 의사 등 탑승자 7명 가운데 4명이 골절상을 입었으며 3명이 경상을 당했다.

사고가 난 헬기는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 시 소재 병원에서 뇌사 상태인 50대 남성으로부터 적출한 이식용 심장을 싣고 운반 중이었다.

당국은 사고 후 심장을 순찰차에 싣고 후쿠시마 공항까지 이동했으며 이후 항공기를 이용해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운송했다고 NHK는 전했다.

하네다 공항에서 원래 목적지인 도쿄대 의대 부속병원까지 소방 헬기로 운송했으나 도착이 예정보다 약 1시간 늦었다.

게다가 사고의 충격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 때문에 심장의 기능을 보장하기 어려워 의료진은 결국 이식을 포기했다.

심장은 보존 기간이 제한돼 있어서 적출 후 이식까지 원칙적으로 4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고 교도는 전했다.

심장을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던 50대 남성은 수술실에서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으나 결국 수술 취소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남성은 안정된 상태로 있으며 주치의는 다른 이식 기회를 기다릴지 다른 치료법을 선택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사고로 인해 뇌사자의 장기 이식이 좌절된 사례는 1997년 장기이식법에 따라 이식이 제도화된 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심장 이식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관해 후쿠시마현 경찰본부 사토 미노루(佐藤實) 지역부장은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헬기가 불시착한 지점은 가장 가까운 주택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이며, 탑승자 외에 다른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지방 기상대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고리야마시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돼 있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건을 항공사고로 규정하고 조사 중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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