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7일 이사회서 거취 밝히나
손 회장 선택 따라 우리금융 지배구조 향방 달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오는 7일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지배구조를 둘러싼 어떤 입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이 돌연 연기되면서 손 회장의 거취가 향후 우리금융 지배구조의 관건이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결산 실적을 보고받는 우리금융 정기이사회가 열린다. 이날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 중징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 연임을 앞두고 있었다.
금감원 제재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손 회장은 사외이사들과 제재심 결과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우리금융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은행장 후보 단독 추천을 연기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현재 중징계 결정을 수용해 연임을 포기할 것인가, 불복하고 연임을 강행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두 방향 모두 각각 '차기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와 '금융감독 리스크'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손 회장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손 회장이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이면 차기 회장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문제가 대두된다.
당초 손 회장이 3년 임기로 오는 3월부터 연임하고 연말께 새로운 은행장을 뽑으면 3년 후 은행장과 주요 자회사 CEO가 차차기 회장직을 두고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연출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차기 회장을 뽑는다면 지주 회장직에 걸맞은 경력을 갖춘 내부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내부 갈등도 도질 수 있다.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그동안 통상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며 은행장을 맡아 왔다.
그러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전 행장이 연이어 행장직에 오르면서 양측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 비리 혐의로 물러나면서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당시 부문장이 은행장에 오르고 이후 손 행장이 '탕평 인사'를 펼친 끝에 내부 갈등이 봉합됐다.
다수가 인정할 만한 뚜렷한 후계자 없이 손 회장이 집권 1기 만에 물러나면 무주공산이 된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도 차기 은행장을 두고서 쇼트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최종 면접을 본 세 후보 중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은 상업은행, 이동연 우리FIS 대표는 한일은행 출신이다.
손 회장이 중징계 결정에 불복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 연임할 수는 있어도 한동안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임원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놓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마주칠 일이 많은 우리금융으로서는 당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당장 키코(KIKO)와 '라임 사태'가 걸려 있다. 이 가운데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대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우리은행은 또다시 금융당국의 제재 사정권에 들 수 있다.
우리금융이 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해 당국과 원만한 관계 유지가 요구된다.
손 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살기 위해 조직을 어려움에 부닥치게 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한편 금감원 제재심에서 손 회장과 같은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시간을 두고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이 이번 중징계 결정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시점이 차기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을 선출하는 작업이 시작될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여서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함 부회장은 차기 회장 유력 후보 중 한명이다.
함 부회장으로서는 우리금융의 대응을 지켜본 뒤 상황의 유불리를 따져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제재 결정과 관련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