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날에'…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분리독립 의지 재천명
"스코틀랜드인, 브렉시트에 깊은 슬픔…분리독립은 '민주적 명령'"
"지름길이나 묘안은 없다"…영국 정부에 협의회 설립 제안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당일에 영국의 일원인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의지를 재천명했다.
3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이날 SNP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분리독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는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중요한 순간"이라며 "많은 스코틀랜드인은 분노와 함께 실질적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P의 임무는 이제 스코틀랜드의 대다수가 분리독립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터전 수반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999년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 의회에 권한을 위임하기 전에 구성했던 것과 같은 헌법적 협의회 설립을 제안했다.
여기에 영국 하원의원(MP)과 스코틀랜드 하원의원(MSP), 유럽의회의원(MEP), 지방의회 의원 등이 함께 참여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SNP는 독립 스코틀랜드를 어떻게 건립할 것인지에 관한 일련의 보고서 등을 펴내고,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언론 광고와 새 캠페인 등에 예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터전 수반은 지난달 총선을 통해 SNP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위한 "확실한 민주적 명령"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스터전 수반은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장애를 마술처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나 현명한 묘안은 없다"며 정공법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내가 원하는 것처럼 올해 열리든, 내년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 이후에 열리든 간에 합법적이고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독립에 대한 다수의 지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지 않으면 합법성에 의문이 가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다른 나라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이상적이지는 않더라도 2014년과 같이 영국 정부가 (주민투표 개최 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위임하도록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의회는 지난 29일 스코틀랜드 의회가 분리독립 주민투표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브렉시트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기 위해 앞으로도 의회 밖에 유럽연합기를 내걸기로 했다.
스코틀랜드는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지내오다가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했으나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그러나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키로 하면서 SNP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를 요구해왔다.
당시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는 EU 잔류 지지가 62%로 훨씬 높았던 만큼 분리독립을 통해 EU 회원국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영국 조기 총선에서 SNP가 스코틀랜드 59개 지역구에서 무려 48석을 차지하자 스터전 수반은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요구 근거와 법안 초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다.
아울러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최 입법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부여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러나 스터전 수반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일생에 한 번 있는 투표"였다며, "또 다른 투표는 스코틀랜드가 지난 10년간 지켜본 정치적 정체를 지속시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영국 연합왕국이 하나로서 함께 할 때라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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