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신종코로나 백신 나올까…5년전 메르스도 "아직 개발중"
변이 많은 바이러스 특성에 초기개발 어려움…개발해도 임상에 수년 소요
유행기에 백신개발 난망…"손씻기·야생동물 안먹기 등 예방 주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당장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한 폐렴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경우 2015년 한국을 강타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백신과 치료제 모두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로 비춰볼 때 우한 폐렴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1∼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제약·의료계에 따르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속속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성과가 가장 빠른 건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이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조사·연구팀은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우한 폐렴으로 진단된 환자 3명의 검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추출하고, 이를 정상인의 다른 세포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중국 연구팀은 첫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2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해 염기서열을 밝혀내고, 진단법까지 개발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놨다. 이를 두고 중국의 과학 역량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밖에서는 호주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하고, 이 샘플을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전 세계 연구소와 공유하며 백신 개발 추진계획을 밝힌 상태다.
또 홍콩대 연구팀은 홍콩의 첫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에게서 추출한 바이러스를 이전에 개발했던 인플루엔자 백신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모더나 테라퓨틱스, 이노비오 파머수티컬스, 존슨앤드존슨 등 최소 3곳의 글로벌 제약업체가 백신 개발 뛰어들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단기간 내 우한 폐렴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 변이가 많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본 특성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RNA' 기반의 바이러스다. 대개는 사람한테 감기 증상을 유발하는데, 이때는 치명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RNA는 DNA보다 안정성이 낮아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고, 감염력과 치명률도 크게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세기는 더욱 강해진다. 우한 폐렴에 앞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형이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수용체가 다르고, 이에 따른 세포 반응 메커니즘도 같지 않다"면서 "일부 다국적 연구팀들이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유행 기간에 실제 백신 개발 성과를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면서도, 유행기가 끝나면 소멸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거대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들이면서까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백신을 개발해도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증명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유행이 끝나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난관이다. 메르스 백신의 경우 전 세계에서 5년 전부터 개발소식이 잇따랐지만 가장 빠른 제품이 아직도 임상2상에 근접한 정도다.
김창근 폐렴호흡기연구회 회장(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장)은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우한 폐렴 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일부 구조 표면단백질을 인식하는 것으로, 동물실험과 사람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에 유의하고 다중 밀집장소 안가기, 손씻기 등의 감염 예방책 실천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