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우주 포착해 온 '스피처 우주망원경' 임무 공식 종료

입력 2020-01-31 16:36
어둠 속 우주 포착해 온 '스피처 우주망원경' 임무 공식 종료

적외선 영역서 16년간 활약…차세대 웹 망원경은 내년 3월 이후에나 배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16년간 적외선으로 먼지와 가스 구름 속에 가려진 신비한 우주 현상을 파헤쳐온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30일 임무를 완료하고 퇴역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스피처 망원경 프로젝트 팀은 이날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30분)께 선체를 안전모드로 전환해 관측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공식적인 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NASA 과학임무 담당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스피처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우주의 면모를 가르쳐 줬으며,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우리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에 관한 의문을 풀어가는 데 있어 많은 진전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피처가 과학에 미친 거대한 영향은 임무 종료 뒤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스피처 망원경은 감마선과 X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 빛의 모든 파장을 관측할 수 있는 우주 망원경 체계를 구축하려는 '대형 망원경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2003년 8월 네 번째이자 마지막 망원경으로 우주로 발사됐다.

스피처는 지구 태양 궤도를 뒤따라 돌며 어둠 속에서 열(熱)을 추적해 토성 주위의 미확인 고리를 새로 발견하고, 단일 행성계로는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을 가장 많이 가진 '트라피스트(TRAPPIST)-1'에서 7개의 지구급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스피처는 적외선 영역에 특화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배치되는데 맞춰 2018년께 퇴역할 예정이었으나 JWST 개발이 잇단 기술결함으로 늦어지면서 임무가 연장돼 과도기적 관측 임무를 수행해 왔다.

차세대 망원경으로 기대를 모아온 JWST는 현재 내년 3월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이나 이마저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JWST가 발사될 때까지 적외선에 특화된 우주 망원경 공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구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스피처 망원경이 비정상적으로 관측 임무가 중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날 임무 종료가 이뤄졌다.



스피처 망원경은 지난 2009년 3대의 관측 장비 중 적외선 분광기와 다중밴드 이미지 광도계(MIPS)를 식혀주는 액화 헬륨 냉각제가 바닥나면서 주요 임무는 종료됐다. 이때 이미 원래 목표했던 임무를 달성하고 남았지만 세 번째 관측 장비인 '적외선 배열 카메라'(IAC)의 네 개 채널 중 두 개를 이용해 10년 반이나 임무를 연장해 왔다.

스피처는 이 기간에 새로 형성되는 행성계에서 소행성이 충돌하는 증거를 잡아내 이런 충돌이 초기 행성계에서 흔하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허블 우주 망원경과 합작으로 가장 먼 은하의 이미지를 포착하기도 했다.

스피처는 2016년부터 트라피스트-1 행성계를 1천시간 이상 관측했으며, 이런 모든 자료는 공개돼 있다.

JPL의 스피처 프로젝트팀은 스피처가 퇴역했지만 스피처가 관측해 모아둔 자료를 통해 새로운 발견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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