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탄핵심판서 공화 '내부고발자' 질문 시도에 대법원장이 차단(종합)
'민주-내부고발자 공모 주장' 공화 의원 질문제출에 대법원장 "낭독 거부"
"공화당이 증인 반대하는 탄핵심판, 대법원장 정당성 해치지않나" 워런 질문은 낭독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이영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에서 공화당 의원이 이번 탄핵 사안을 촉발한 내부고발자에 관한 공개질문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이날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에 대한 질문을 '재판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로버츠 대법원장은 "제출된 대로 질문을 읽는 것을 거부한다"며 질문을 읽지 않고 넘어갔다.
그는 질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는 말하지 않았으며 이의 제기는 없었다.
폴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트럼프 우군'으로 꼽힌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작년 우크라이나 의혹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하원 민주당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주장해왔다.
공화당의 한 의원 보좌관에 따르면 폴 의원은 전날에도 대법원장에게 고발자의 이름이 담긴 질문지를 제출했지만, 대법원장은 이를 읽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전날에는 이에 관한 공개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상원은 대통령을 탄핵심판에 회부한 '검사'격인 소추위원단의 혐의 주장과 이에 반박하는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에 이어 전날부터 이틀간 '배심원'인 의원들의 질의를 진행했다.
재판에서 배심원이 검사나 변호인에게 사건 관련 내용을 묻는 것처럼 탄핵 심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상원의원들이 의문점을 묻고 소추위원과 변호인의 답변을 듣는 것이다.
폴 의원은 질문이 봉쇄된 이후 짤막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이것이 마땅히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보수 성향 일부 매체에 보도된 한 인물을 내부고발자로 지목했다.
그는 내부고발자 추정 인물이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실 직원과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면서 그들이 탄핵을 모의하고자 함께 일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통하는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소추위원단을 이끌고 있다. 폴 의원의 시도는 민주당을 공격하며 탄핵 추진의 부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AP는 대법원장의 '질문 낭독 거부'와 관련, "미 내부고발자법은 정부 관리들의 불법행위 혐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신원과 경력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양당 의원들은 역사적으로 그러한 보호를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자신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은 낭독해 의원들이 놀라는 일도 있었다.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은 "대법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탄핵 심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지금까지 증인이나 증거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사실이 대법원장과 대법원, 헌법의 정당성을 해치는 데 기여하지 않나?"라는 내용의 질문을 제출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거의 표정변화 없이 이 질문을 그대로 읽자 의원들과 방청객들 사이에서 일제히 놀란 듯한 탄성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프 위원장은 이후 이에 관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재판을 "훌륭히"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소환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는 가운데, 로버츠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증인 소환을 위해선 상원 100석 중 과반인 51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53명의 공화당 의원 중 일부가 찬성표를 던질 경우 표결이 50 대 50으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로버츠 대법원장의 표가 증인 소환 여부를 가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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