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부패 폭로하다 살해된 몰타 기자 추모시설에 '케첩 테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몰타의 정권 비리를 폭로해오다 살해된 탐사기자 추모 시설이 최근 잇따라 훼손돼 비난 여론이 높다.
영국 일간 더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몰타 수도 발레타에 있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를 추모하고자 임시로 설치된 시설이 29일(현지시간) 계란과 토마토케첩 등으로 더럽혀졌다.
갈리치아 기자는 2013년 총리에 오른 조지프 무스카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괴한이 설치한 차량 폭발물에 목숨을 잃었다.
해당 추모 시설은 갈리치아 기자 사망 이틀 뒤 일부 시민들이 그의 넋을 기리고자 임시로 설치한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메시지와 갈리치아 기자의 생전 사진, 초 등이 놓여 있다.
시설을 훼손한 이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7일에는 '악마가 다프네를 조종했다', '다프네는 퇴마사가 필요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전단이 추모 시설 옆에서 발견돼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갈리치아 기자의 자녀는 이번 일과 관련해 해당 추모시설은 단순히 갈리치아라는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몰타 정치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도둑 정치, 조직범죄 등에 대한 저항의 상징물이라며 가해자들을 비난했다.
몰타의 한 시민단체는 이를 '정부가 인가한 증오 범죄'라며 추모 시설 관리에 손을 놓은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은 작년 11월 범행 배후로 지목된 유력 기업인 요르겐 페네치가 체포된 것을 계기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몰타 정국을 뒤흔드는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했다.
무스카트는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며 정치적 책임론이 고조되자 최근 자진 사임하고서 후임인 로버트 아벨라에게 총리직을 넘겼으나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는 그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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