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급속 확산에 전 세계 '마스크 대란'

입력 2020-01-30 22:40
수정 2020-01-31 19:46
신종코로나 급속 확산에 전 세계 '마스크 대란'

홍콩선 마스크 사려고 밤새 줄 서…정부, 재소자 동원 '총력생산'

미국도 '사재기' 현상…중동선 마스크 1개 가격 20만원까지 폭등

중국 당국, '짝퉁 마스크'에 폭리 행위 판치자 '엄벌' 처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사재기와 폭리 행위, 가짜 마스크 판매 등이 횡행하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인접한 탓에 마스크 사재기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홍콩에서는 이날 소비재 체인점 '왓슨스'의 마스크 판매로 인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 마스크 구매에 애를 먹었던 시민들은 왓슨스가 이날 홍콩 내 230개 지점에서 일제히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에 전날 밤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왓슨스가 긴급 공지를 통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제발 점포 밖에서 밤을 새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40대 회사원 웡 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왓슨스로 달려갔지만, 이미 수백 명이 줄 서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수량은 1박스(50개)로 제한됐지만, 왓슨스 점포 1곳당 판매량이 평균 20박스에 불과했기 때문에 곳곳의 점포 문을 열자마자 마스크는 모두 팔려나가고 말았다.

이에 틴수이와이, 노스포인트 지점 등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점포 문을 발로 차고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치솟자 홍콩 정부는 이날 해외에서 3천200만 개의 마스크를 긴급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홍콩 교도소 내의 재소자를 동원, 24시간 생산 체제를 구축해 하루 7만 개, 한 달 18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5명의 확진자가 나온 미국에서도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일부 약국에서는 마스크 재고가 동났으며, 아마존에서도 마스크 주문량이 몰려 배송까지 수 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협력해 병원 내 마스크 부족 사태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의 유행성 질병 담당 선임고문인 아니타 파텔 박사는 "실제 필요와 관계없이 공포에 질려 마스크를 사들이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며 당국이 마스크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들과 직접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CDC는 일반인보다도 호흡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를 자주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당시 '타이벡 수트'라고 불리는 방호복의 민간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병원에서 이를 충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앨릭스 에이자 HHS 장관은 "미국에 있는 미국인의 감염 위험은 극히 낮다"며 지금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약국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이 몰리는 바람에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다. 특히 고품질인 N-95 마스크는 사기가 극히 어렵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주재원은 "어제 UAE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듣고 마스크를 사러 약국 5곳을 들렀지만, 겨우 1개를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런 품귀 현상을 악용해 평소 한 상자(20개)에 150∼180디르함(5만원 안팎)이었던 N-95 마스크가 29일 온라인에서 단 1개에 150디르함에서 최고 600디르함(약 2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두바이 경제청은 우한 폐렴 사태를 틈타 마스크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라면서 이런 약국과 의료용품 공급 업체를 신고해달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마스크 품귀 사태 속에서 바이러스 예방용이 아닌 가짜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전날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는 경찰이 5만 개의 가짜 N95 마스크를 압수하고 일당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독일제 N95 마스크라고 광고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전국 각지에 팔았다.

하지만 문제의 마스크는 N95 마스크가 아니라,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FFP2 방진 마스크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N95 마스크나 외과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앞서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에서는 경찰이 유명 브랜드 3M 마스크를 위조한 '짝퉁 마스크'를 판매한 5명을 구류 처분했다.

톈진(天津)시에서는 N95 마스크 하나를 공급가의 10배인 128위안(약 2만1천원)에 판매한 프랜차이즈 약국 지점이 적발됐다. 이 약국은 300만 위안(약 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베이징(北京)에서도 N95 마스크 가격을 크게 올려 폭리를 취한 약국이 역시 300만 위안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 건강보장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일반인들이 불안함에 과도하게 마스크를 사들일 경우 오히려 의료기관에서 마스크가 부족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재기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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