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아버지가 '신종코로나' 격리된 사이 뇌성마비아들 숨져"

입력 2020-01-30 19:47
수정 2020-01-30 20:10
"중국서 아버지가 '신종코로나' 격리된 사이 뇌성마비아들 숨져"

SNS서 소식 확산…당국 "숨진 건 사실, 진상조사 중"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아버지가 격리된 동안 혼자 집에 있던 뇌성마비 아들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北京)청년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를 비롯해 장애아동 관련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플랫폼인 다미허샤오미(大米和小米) 등은 30일 이러한 사연을 전했다.



베이징청년보는 "가족이 '우한 폐렴' 의심증세로 격리된 지 6일 만에 후베이성의 17세 뇌성마비 아들이 혼자 집에 있다 숨졌다"는 내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SNS)상에 퍼졌다고 소개했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일하는 얀샤오원(?小文·49) 씨는 뇌성마비를 앓는 큰아들(17)과 자폐증을 앓는 작은 아들(11)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얀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보내기 위해 두 아들과 함께 지난 17일 후베이성 황강(黃岡)시의 고향마을에 왔고, 20일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이후 24일 '우한 폐렴' 감염이 의심돼 얀씨와 작은아들은 지정 의료시설로 이송·격리됐고, 큰아들만 혼자 집에 남아있게 됐다. 당시만 해도 아들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게 얀씨 설명이다.

얀씨는 27일 우한 폐렴 확진판정을 받았다. 혼자 거동할 수 없는 큰아들이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한 얀씨는 28일 웨이보를 통해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는 삭제된 이 게시물에서 얀씨는 "큰아들이 전신을 움직일 수 없고, 말하거나 자신을 돌볼 수도 없다"면서 아들과 자신의 사진은 물론 자신의 신분증 등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28일 하루에만 아들을 돌봐 달라고 부탁한 마을 자치조직 촌민위원회 관계자와 10번이나 통화했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화면 캡처도 공개했다는 것이다.



촌민위원회 관계자는 얀씨에게 "큰아들에게 24, 26일 음식을 줬고, 28일에는 의사가 아미노산류 2컵을 먹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미허샤오미는 또 친척이 엿새 동안 큰아들에게 3차례 먹을 것을 주고 두차례 옷을 갈아입혔으며, 28일 방문했을 때 몸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촌민위원회는 29일 격리시설을 물색해 얀씨와 큰아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보내려고 했는데, 이날 오후 큰아들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격리상태이던 얀씨는 "빨리 격리를 끝내고 집으로 가 큰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아들의 사망 원인 등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베이징청년보는 30일 지방정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큰아들이 숨진 것은 맞고 상급 정부기관에서 조사팀을 꾸렸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뇌성마비 소년을 집에 두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조치한 게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아이가 숨진 것은 사실이다. 상급 기관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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