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억마리 비극…프랑스, 병아리 분쇄에 제동 걸었다

입력 2020-01-30 09:48
수정 2020-01-30 11:40
연간 70억마리 비극…프랑스, 병아리 분쇄에 제동 걸었다

'동물권 보호' 수컷 대량살처분 내년말까지 전면 금지

동물단체, 찬성하면서도 "집약적 축산 자체가 문제"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매년 전 세계에서 약 70억마리의 수컷 병아리가 부화하자마자 도살된다. 식료업계에선 성장도 더디고 출산도 못 하는 수컷 병아리가 상업적으로 쓸모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컷으로 판별된 병아리들은 대체로 가스 살포로 질식시키거나 분쇄기에 투입한다.

이처럼 수컷 병아리를 대량 도살하는 관행이 프랑스에선 2021년 말까지 전면 금지된다고 영국 BBC 뉴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기자 회견에서 "2021년 말부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기 전 병아리의 성별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곧 개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화 전 병아리의 성별을 판별하는 기술을 얻는 것은 병아리 도살을 막는 첫 단추로 지목돼왔다.

수컷 병아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달걀을 미리 폐기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에 관한 연구는 수년간 진행됐지만,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수컷 병아리 도살 관행을 금지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앞서 스위스 의회도 지난해 9월 병아리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안은 올 초 발효됐다.

독일은 2015년에 병아리 대량 도살 금지를 공포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부화 전 병아리 성별을 구분하는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도살 관행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프랑스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 단체 페타(PETA)의 대변인인 아니사 피투아는 이번 조치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프랑스 동물 보호 단체 'L214'는 이 조치가 야심적이지 않고 근본적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 측은 "집약적 축산에서 벗어나는 방안이나 도살 환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욤 장관은 이날 마취 없이 새끼 돼지를 거세하는 관행도 2021년 말까지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보통 수컷 돼지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웅취)를 없애기 위해 업계에서 이들을 거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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