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미국 친이스라엘 중동평화구상에 "천번이라도 거부"(종합2보)

입력 2020-01-29 12:13
수정 2020-01-29 15:50
팔레스타인, 미국 친이스라엘 중동평화구상에 "천번이라도 거부"(종합2보)

아바스 수반 "이스라엘에 편파적…예루살렘은 흥정 대상 아냐"

하마스 '무장투쟁 불사' 방침…팔레스타인 전체 정파들 공동전선 형성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김성진 기자 =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을 터무니없이 이스라엘에 편파적이라면서 강력하게 거부했다.

AP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세기의 거래'(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을 일컫는 표현)는 안된다"며 "예루살렘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천번이라도 '노'(No)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중동평화구상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면서 정면으로 거부했다.

하마스 간부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날 "트럼프의 성명은 공격적이고, 많은 분노를 유발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부 주흐리는 "예루살렘에 대한 트럼프의 성명은 터무니없고, 예루살렘은 항상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일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은 이 거래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이로운 편파적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미국에 희망을 걸 수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에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인 다수가 믿는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런 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해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한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예루살렘을 나뉘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들의 수도로 삼기를 원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시행되면 팔레스타인이 수도가 현재 예루살렘 시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정착촌에 의해 고립되고 두 쪽으로 나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숙원인 난민 귀환도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



이번 구상은 또 팔레스타인의 주된 요구 가운데 하나인 난민의 귀환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으며 귀환 때 불특정한 제약을 받도록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과거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발생한 난민의 전원 귀환을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인구구성 면에서 유대국가 건설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타이어를 불태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함께 불사르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 유대인 정착촌 근처인 라말라 외곽에서 이스라엘 군경과 충돌했다.

아바스 수반은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한 반면, 하마스 측은 무장 투쟁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2007년 가자지구에서 파타 정타를 몰아내고 독자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하마스를 포함해 다른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들을 규합해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이번 평화구상에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고 이스라엘이 향후 4년 동안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정착촌을 받아들이는 대신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완전하고 매우 중요한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ojae@yna.co.kr,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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