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친이스라엘 중동평화구상에 유럽 '글쎄'·이슬람권 반대(종합)

입력 2020-01-29 16:58
미국 친이스라엘 중동평화구상에 유럽 '글쎄'·이슬람권 반대(종합)

EU "내용 평가해보자"…러 "이·팔 함께 수용할 협상안 찾아야"

영국 "긍정적 진전 기대"…터키 "평화계획이랍시고 사산아 낳았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김성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에 유럽과 러시아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당사국인 팔레스타인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AFP와 AP 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일정 기간 동결하고,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미국 계획이 시작단계부터 동력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구상안으로 평화 협상이 진전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할 2국가 해법을 기준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EU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도 균형 잡힌 접근을 요구하며 보렐 대표와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고 AFP가 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수용할 수 있는 2국가 해법만이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성명에서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하며 그가 제안한 평화 프로그램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2국가 해법에 대한 프랑스의 바람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검토하되 당사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직접 통화해서 양측이 모두 허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미하일 보그다노프 외교부 차관은 "미국의 제안을 양국이 수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양국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9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설명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터키는 그동안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왔으며 이번 구상안의 실패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이 평화계획이랍시고 사산아(수용 여지가 없어 실패가 예고된 구상)를 낳았다"며 "이번 구상은 2국가 해법을 무산시키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미국과는 적대적 관계인 이란은 외교부 성명에서 "지역 안정에 위협 요소"라며 "미국의 계획은 수치스럽고, 시대의 역행하는 것으로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에만 유리하게 돼 있다며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바스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웨스트 뱅크) 라말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 무릎을 꿇고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하고 동예루살렘에 수도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트럼프 구상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아랍 지역의 공모나 배신 없이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랍 국가들의 연맹체인 아랍연맹의 아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일독한 결과, 이는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권리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행위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랍연맹이 "미국의 비전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어떤 진지한 노력에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최고 동맹국이자 오랫동안 특수 관계를 유지해온 영국은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도미닉 라브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매우 진지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긍정적인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감사를 나타내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에서 "양국 간 차이는 대화를 통화 풀어나가야 한다"며 "대화로서 평화적인 절차를 진전 시켜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ayyss@yna.co.kr,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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