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추락 미군용기에 '솔레이마니 암살 CIA 설계자' 탔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중동부 가즈니주에서 추락한 미국 E-11A 군용기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 인사인 마이클 드안드레아가 탑승했고, 이 사고로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드안드레아의 신병에 촉각이 쏠리는 것은 그가 이란, 이라크, 아프간 정보작전을 총괄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하는 작전을 '설계'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이런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미국 군사전문지 베테랑스투데이는 27일 러시아 측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솔레이마니 살해 작전을 책임진 드안드레아가 이번 미 군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추락한 군용기는 드안드레아가 사용하는 CIA의 '움직이는 사령부'였다"라며 "이 움직이는 사령부에 실린 모든 장비와 서류, 최첨단 첩보 플랫폼이 이제 적(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라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2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드안드레아가 군용기 추락으로 아프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신중하게 보도했다.
드안드레아는 '아야톨라 마이크'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이란 정보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야톨라는 이란의 국교인 시아파 이슬람의 성직자에게 부여되는 최고 단계의 종교적 호칭이다.
이번 추락에 대해 탈레반은 미 군용기를 격추해 고위 정보관련 관리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적의 발포에 격추됐다는 징후는 없다"라고 부인하면서 탑승자의 수와 신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의혹을 두고 일각에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에 복수하려는 이란 군부가 아프간 탈레반과 '내통했다'는 음모론 수준의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들 두 세력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아프간 탈레반은 이란 서부 국경에 출몰하면서 종종 혁명수비대 대원을 공격, 납치하기도 했다. 2018년 말부터 아프간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상을 진행하자 이를 경계하기 위해 이란 정부와 군부는 탈레반 대표를 이란에 초청해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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