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종코로나 돌출변수, 우리경제 발목 잡지않게 철저히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설 연휴가 끝난 첫날 국내 금융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주며 한국 경제에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우한 폐렴 공포가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탓에 28일 국내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8.0원이 오른 1,176.7원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 폭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국고채나 금값도 크게 올랐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의 전염병 발생 때처럼 심각한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반등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
중화권을 넘어 이미 미국과 유럽까지 번진 우한 폐렴의 유행이 길어지면 미·중 1차 무역 합의로 모처럼 조성된 경기 개선 기대가 사그라들 수 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바깥 활동을 줄이고,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급감하면 결국 관광산업을 비롯한 내수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내수뿐만 아니라 우리의 최대 수출상대국인 중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기대하는 수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게 뻔하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5천423억 달러)의 25.1%에 달하는 1천362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관광과 수출 분야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1차 봉합되고 중국의 한한령이 점차 풀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우한 폐렴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최소화하도록 철통 방역이 필요한 때다.
우한 폐렴 감염자는 28일 0시를 기준으로 중국 본토에서만 4천5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6명으로 늘었다. 중화권과 인접국 한국·일본(각각 4명)은 물론 미국(5명), 프랑스(3명), 독일·캐나다(각각 1명)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자 증가세나 확산 속도가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빠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 중국 우한에 고립된 자국민을 태워 나르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기로 하는 등 철수 작전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우한 총영사관을 통해 수요조사를 마치고 귀국 의사를 밝힌 700여명의 우한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30∼31일 전세기를 투입한다. 정부는 208억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대응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모자랄 경우에는 목적 예비비 2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정부가 선제 예산지원과 비상 방역에 돌입했지만, 걱정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무증상 입국자인 3번째, 4번째 확진자 두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접촉한 사람만도 250여명에 달한다. 3번째 확진자는 강남과 한강, 일산 등을 돌아다녔다. 직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 말고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한 폐렴 발생 이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6천여명이 이른다니 잠복기가 지나면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2003년 사스가 그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0.25% 포인트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가까스로 2% 성장에 턱걸이했다. 정부는 올해 반등을 기대하며 2.4%의 성장 목표를 세웠지만, 우한 폐렴이 빨리 잡히지 않으면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제2의 사스 사태로 가지 않도록 국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철통같은 방역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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