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동면' 들어간 중국 경제…단기 충격 불가피

입력 2020-01-28 16:13
수정 2020-01-28 18:40
신종 코로나로 '동면' 들어간 중국 경제…단기 충격 불가피

질병 확산 막기 위한 엄격한 인구통제…S&P, 중 경제성장률 1.2%P 둔화 예상

중국 전문가 "2003년 사스 때보다 상황 더 나쁠 수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시 봉쇄,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연장 등 인구 이동을 강력히 통제하는 정책을 펴면서 중국 경제의 활력도가 '동면'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우한 폐렴' 확산이 앞으로 최소 수개월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 수준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의 급격한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기구와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9∼6.0%가량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특히 심각한 우한(武漢)시와 인근 후베이(湖北)성의 여러 도시를 봉쇄 조치했다.

봉쇄 중인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은 물론 택시와 공유 차량, 자가용 운행까지 전면 금지될 만큼 내부의 인구 이동이 극단적으로 통제됐다.

까르푸와 월마트 등 극소수 대형 슈퍼마켓 외에는 문을 연 가게가 없어 우한 시내는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수도 베이징과 제1의 경제 도시 상하이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봉쇄령이 내려진 우한보다는 사정이 많이 낫지만 질병 확산 공포심이 커진 가운데 도시 곳곳이 극도로 한산하다.

연중 최대 대목인 춘제 연휴 기간에도 백화점과 음식점 등이 일부 문을 열었지만 어느 곳이든 찾아오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매우 뜸한 편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당초 이달 30일까지인 춘제 연휴를 내달 2일까지로 사흘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상하이시가 춘제 연휴를 내달 9일까지로 추가로 연장하기로 하는 등 실제 연휴는 더 길어지는 분위기여서 주요 기관과 기업들의 정상 업무 복귀 시점을 아직 예상하기조차 어렵다.

상하이의 한 외국 투자기관 관계자는 현재의 중국 경제를 '동면' 상태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 중국으로서는 경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사람들을 움직이지 않게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이런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한다면 GDP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중국 경제는 2003년 사스 사태 때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GDP 증가율은 사스 사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2003년 1분기 11.1%에 달했지만 그해 2분기에는 9.1%로 급속히 둔화했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등 부양 수단을 동원한 끝에 2003년 3분기 GDP 성장률이 10%로 다소 회복됐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사스보다 감염 사망률은 낮지만 확산 속도가 더 빠른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충격이 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사스 사태가 터진 2003년과 비교할 때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국내 고속철과 국내외선 항공편 등이 급증함에 따라 새로운 질병의 확산 속도가 전과는 차원이 달라지게 됐다.

2003년 때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후 폭발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였다면 현재는 미중 무역전쟁의 후유증으로 중국 경제가 급속한 경기 둔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근본적인 차이다.

중국의 작년 GDP 성장률은 6.1%로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한 작년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6.4%였지만 2분기, 3분기, 4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6.2%, 6.0%, 6.0%를 계속 내려왔다.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달러 수준에 오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점차 정상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급속한 경기 둔화는 실업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6.0%가량의 경제성장률 사수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지면서 6%대 경제성장률 사수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 됐다.

중국 정부와 가까운 경제학자들도 '우한 폐렴' 사태가 중국 경제에 가져올 충격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황이핑(黃益平) 베이징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직접적 영향은 집 밖을 나서는 사람이 줄어 서비스 상품을 포함한 소비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며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생산과 투자에도 반드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소비와 투자, 생산 등 경제 전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2018년을 기준으로 서비스 산업 취업자가 3억6천만명이었는데 만일 이 중 5%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2천만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이처럼 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적자율을 GDP의 3% 이내에서 얽매이지 않는 등의 과감한 부양 정책을 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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