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하마스 "미 중동평화구상 실패할것"…새 투쟁 경고(종합)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트럼프와 통화 거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중동평화구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새로운 투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른바 '세기의 거래'(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을 의미)가 전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호히 선언한다"며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새로운 음모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신화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하니예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대(對)이스라엘 투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의 성명이 발표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자지구에서 로켓포 한 발이 이스라엘 쪽으로 날아왔다고 밝혔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할 경우 PLO는 오슬로 평화협정을 철회할 권한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PLO가 1993년 체결한 오슬로 평화협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설을 허용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7일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을 인용해 아바스 수반이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 관리는 AFP에 "미국인들이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방안)을 인정하기 전까지 그들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 23일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야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이번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이 정치적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총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문제와 지지율 하락 등으로 오는 3월 2일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중동평화구상이 발표되면 보수 강경파 지도자 네타냐후의 우파 결집 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평화구상이 팔레스타인 입장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인정하는 문제가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곳에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여긴다.
팔레스타인은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을 발표한 뒤 미국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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