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중동 긴장 완화' 중재 잰걸음…당사국 고위인사 잇단 접견(종합)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펜스 미국 부통령 연쇄 면담…"이라크 주권 존중돼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긴장 해소를 위한 적극적 중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25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을 30분간 접견하고 중동지역 평화 증진과 이라크 재건의 안정적 이행 방안 등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이날 면담이 재건 과정에 있는 이라크가 직면한 위협 요인과 중동 평화 구축 당사자들 간 대화 촉진 방안, 지역 안정 구상 등을 논의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교황과 살리흐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재건이 국가 주권과 이라크 국민의 시민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상호 무력 공격과 그에 따른 중동의 긴장 고조가 이라크 당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라크 영토 내에서 이뤄지면서 주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이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을 살해하자, 이란이 그 보복으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해 양측이 전면적 무력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간 바 있다.
교황은 또 면담에서 살리흐 대통령에게 이라크 내 기독교인의 안전 보장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내 기독교 인구는 전체 인구 4천만명의 3%인 약 120만명이다.
전쟁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재건 과정에 있는 이라크는 최근 석 달 간 지속한 반정부 시위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극도의 사회적 혼란에 직면했다.
교황은 최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이라크의 이러한 유혈 사태가 장기화하는데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교황은 과거 공개 석상에서 올해 이라크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으나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교황은 24일에는 바티칸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중동 평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펜스 부통령과의 대화는 통상적인 면담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이나 진행됐다고 한다.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이 30분 정도만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중동 문제와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이란 간 긴장 해소와 중동의 영구적 평화 정착 방안, 이라크 재건 수행 등 현안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혈통인 펜스 부통령은 어릴 때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나 후에 개신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펜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는 길에 바티칸과 이탈리아를 들렀다.
교황과 처음으로 개인 면담을 한 펜스 부통령은 바티칸 방문 직후 한 가톨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을 알현한 것은 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교황과의 면담을 마친 뒤 작별 인사를 하면서 "교황님은 나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빈다"고 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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