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리스크 부각…경제성장률에 악영향 미치나(종합)

입력 2020-01-27 10:43
수정 2020-01-27 15:49
'우한 폐렴' 리스크 부각…경제성장률에 악영향 미치나(종합)

정부·한은, 연휴 마지막날 잇따라 회의 개최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최근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우한(武漢) 폐렴' 사태가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의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하면, 올해 2.4%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활력을 조기에 되찾는 것이 작년 4분기 1.2% 성장의 기저효과 영향을 받는 올해 1분기 성장률 조정을 막아줄 핵심이라 보고 연초부터 민간 소비와 투자 회복 등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애초 예상 시나리오에 들어있지 않던 우한 폐렴 사태가 돌출해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감할 수 있으며, 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온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도 줄면서 '유커 경제효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직은 국내에선 확진 환자가 많지 않지만,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소비 주체인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국내 소비·여가 활동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3년 2분기, 특히 5월의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됐던 것을 모두 사스의 파급에 의한 것이라 가정하고 추정한 값이다.

또한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가 사스로 인해 2003년에 모두 감소했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2년 약 212만명이었으나, 2003년 사스로 인해 약 18만명 감소한 194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2002년 53만9천400여명에서 2003년 51만2천700여명으로 감소했다.

신종플루는 2009년 가을에 심하게 번졌고, 우리 경제는 그해 4분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신종플루가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거라 추정했고, 실제 2009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에 0.1%, 1.5%, 2.8%로 증가 폭을 늘려갔으나 4분기에 주저앉은 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에는 한국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신종플루가 비교적 빨리 잡히면서 2009년 10~11월을 바닥으로 비교적 빠르게 각종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의 확산 여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할 관건이라고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염병은 국가 간 교류와 무역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상당히 심각한 타격을 준다. 따라서 확산 여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결정적"이라며 "과거 메르스나 사스의 경우도 확산하지 않은 경우는 단기 부정적 영향 후 반등했지만 반대의 경우는 경제에 상당한 후유증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큰 상태이므로 부정적 효과가 좀 더 클 수 있을 것"이라며 "메르스나 신종플루와 비교해 과거 사스의 경우처럼 중국이 핵심 발병지역인 경우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의 시각을 살핀 결과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춘제,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주요 기관들이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KIEP는 "과거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은 의학적 정보 부족, 사스 피해에 대한 과도한 매체 보도 등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에 중국 정부는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고, 폐렴 원인을 조속히 알려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차이를 언급했다.

정부는 연휴 기간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등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앞서 정부는 설 연휴 직전인 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데 이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했다.

또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후 우한 폐렴을 안건으로 간부 회의를 주재한다.

한국은행은 당초 연휴 직후인 28일 개최하려던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하루 앞당겨 이날 오후에 열기로 했다. 이주열 총재 주재로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금융 시장 영향을 점검한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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