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우크라 스캔들' 묻는 공영라디오 진행자에 욕설"

입력 2020-01-25 21:09
"폼페이오, '우크라 스캔들' 묻는 공영라디오 진행자에 욕설"

NPR 진행자 "폼페이오, '미국인 우크라에 관심없다'며 고함…지도서 우크라 찾아보라고 조롱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영라디오 진행자와 인터뷰 도중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갑작스레 인터뷰를 중단한 뒤 욕설까지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의 유명 뉴스쇼 진행자인 메리 루이즈 켈리는 24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의 예정된 인터뷰에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에 관해 묻자 그가 자신을 국무부 접견실로 따로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 폭로했다.

켈리는 이날 일이 과거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와 그 측근들이 꾸민 비방전에서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할 것인지를 물은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고 밝혔다.

이 질문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보좌관이 갑자기 인터뷰를 중단시켰고,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내 개인 접견실로 켈리를 불러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신경이나 쓴다고 생각하느냐"라며 호통을 쳤다고 켈리는 전했다.

켈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질문을 받아 불쾌해했다면서 그가 욕설(F-word)과 함께 "인터뷰 시간 만큼 긴 시간 동안 내게 고함을 질렀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켈리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켈리에게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찾을 수 있냐며 빈정대는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켈리가 "찾을 수 있다"고 말하자 보좌진에게 국가명이 적혀있지 않은 세계 지도를 가져오라고 한 뒤 직접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과 달리 외국 특파원 경력과 정보 및 안보기관 취재 경험이 있었던 켈리가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정확히 짚어내자, 폼페이오 장관은 지도를 치워버린 뒤 "사람들이 이번 일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켈리는 덧붙였다.

가디언은 켈리가 사전 녹음된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를 라디오 방송에서 내보낸 뒤 이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트럼프 정부에 의해 경질됐다.

폼페이오를 화나게 한 켈리 진행자의 이날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 측근들과의 대화에서 직접 "그(요바노비치)를 쫓아내라"라고 말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이 미 ABC방송에 의해 공개된 것과 맞물려 특히 화제성을 띠고 있는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울러 켈리에게 자신은 이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인터뷰에만 동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켈리는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의 참모와 이란과 우크라이나 모두에 관해 묻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보수 언론이나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를 주로 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종종 예상치 못한 공격적인 질문을 받을 때 이를 터무니 없다고 무시하면서 인터뷰 진행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지난 2018년 6월에는 한 기자가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사찰단의 검증이 이뤄질 것인지를 묻자 "그 질문은 모욕적이며 우스꽝스럽고, 솔직히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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