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로힝야 학살 방지' ICJ 명령 환영…강제력엔 한계(종합)

입력 2020-01-24 11:59
유엔 '로힝야 학살 방지' ICJ 명령 환영…강제력엔 한계(종합)

로힝야족도 "역사적 판결" 반겨…미얀마 이행 가능성엔 비관



(하노이·서울=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하채림 기자 =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을 막을 대책을 시행하라고 미얀마에 명령하자 유엔이 환영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로힝야 종족학살 방지를 위한 모든 조처를 단행하라는 ICJ의 '임시 명령'을 환영했으며, 안전보장이사회에 ICJ 결정을 신속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앞서 ICJ는 로힝야 종족학살을 막기 위해 모든 조처를 단행하라고 미얀마 정부에 명령하고, 이번 '임시 명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고 국제법적 의무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로힝야족은 무슬림이며 미얀마는 불교도가 대부분이다.

로힝야 인사들은 ICJ 결정을 '역사적'이라고 반기면서도 이행 강제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로힝야 활동가 야스민 울라는 "그동안 우리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는데 오늘 ICJ 재판관들이 로힝야 보호 대책을 만장일치로 주문한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법적으로도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얀마 정부가 ICJ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리라고 비관했다.

인권단체들도 ICJ의 조치에 환영을 표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파람 프릿 싱은 "ICJ가 미얀마에 로힝야 인종청소(genocide)를 막을 구체적 조처를 하라고 명령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에 대한 더 이상의 잔학행위를 막기 위한 획기적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ICJ는 유엔 최고법정으로, 재판부의 결정은 구속력이 있고 항소할 수 없다. 그러나 결정의 집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어서 일부 국가는 판결을 무시하거나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외교관들은 ICJ의 이번 결정으로 안보리가 당장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아니며 미얀마가 ICJ 명령을 이행하는지 우선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ICJ의 결정이 이행 강제력에 한계가 있지만, 각국이 미얀마를 외교적으로 압박할 근거를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외무부는 성명에서 "ICJ 결정에 주목한다"면서도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 학살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미얀마 외무장관이기도 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이번 결정 직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일부 로힝야 난민들이 학대의 정도를 과장했을 수 있다"면서 "국제 사법 시스템이 아직 허위 정보를 걸러낼 능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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