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령' 효과 있나…"이미 수많은 사람 우한 떠나"

입력 2020-01-23 14:21
수정 2020-01-23 14:45
'우한 봉쇄령' 효과 있나…"이미 수많은 사람 우한 떠나"

오전 10시 봉쇄 시행 직전 기차역·공항 북새통 이뤄

"왜 이제야?" 뒷북행정 비판…200만명 넘게 떠났다는 소문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는 우한 폐렴을 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령'을 내렸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이 우한을 떠난 것으로 전해져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시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지휘부는 이날 새벽 긴급 성명을 내고 오전 10시(현지 시간)를 기해 우한을 떠나는 항공편과 기차, 장거리 버스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내버스와 지하철, 페리 등 도시 내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긴급 조치도 함께 내렸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우한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매체들은 후베이(湖北)성의 성도(省都)인 우한이 봉쇄된 데 대해 신중국 건국 이후 성도급 도시가 전면 봉쇄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날 밤부터 우한 지역에 대한 전면 봉쇄령이 내려진다는 소식이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지면서 우한 기차역과 공항 등은 우한을 급히 탈출하려는 시민들과 외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이다.

우한에서 일하는 추이 씨는 "한밤중에 한커우 기차역에 급히 가보니 나처럼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로 대합실이 가득 차 있었다"며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구할 수 없어 역내에서 사야만 했다"며 "한두 달 동안 우한에 갇혀있을 수는 없어 탈출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우한 공항에서 고향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던 리 모 씨도 "봉쇄 소식을 듣고 공항에 와보니 이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며 ""수하물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시간에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 씨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제발 우리 가족이 이 도시를 벗어나는 축복이 내리기를"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구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우한은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보다 인구가 많으며, 중국 6대 도시의 하나로도 꼽힌다.

중국 9개 성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이자 내륙의 거점 도시로서, 하루에 고속철이 430편 통과하는 철도 허브이다.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한다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미 200만 명에서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한을 떠났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로 인해 '우한 봉쇄령'이 과연 실질적인 효과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인구 1천100만 명의 대도시를 전면 봉쇄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왜 이제야 우한을 봉쇄하는 '뒷북 행정' 행태를 보이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이미 고향에 갈 사람은 다 떠났는데 정부는 왜 이제야 도시를 봉쇄하는지 모르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하면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병원에 가라는 말이냐"며 "우한을 떠나길 원하는 외지 언론인들은 또 어떻게 떠나야 하느냐"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한편 장쑤(江蘇)성은 우한으로 향하는 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공항과 기차역에는 우한에서 오른 사람들을 검진하기 위한 특별 구역을 설치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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