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한 폐렴' 초비상…자국민 포함 베이징발 입국 금지(종합)
고려항공, 베이징서 북한인 포함해 외국인에 표 안팔아
"중국인 대상 관광, 대책 수립때까지 중단"…단둥세관은 25~27일 춘제 휴무
(베이징·선양=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급속히 퍼지자 북한이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의 베이징발 항공편 입국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은 '우한 폐렴'의 창궐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과 자국민의 베이징발 평양행 탑승을 금지했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북한인들과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북한 관광을 하려던 중국인들 모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특히,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은 북한의 수도인 평양을 왕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베이징의 고려항공을 봉쇄한 것은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한 극약 조치로 보인다.
고려항공 측은 "우리 당국이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면서 "북한 사람들도 고려항공 표를 사서 입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내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한 폐렴' 확산 때문에 22일부터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중단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북중 접경의 여행사 관계자는 "북한이 22일부터 중국 관광객을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춘제 연휴기간 이미 신청한 관광객도 북한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북한이 우한 폐렴 백신이 생산되고 예방조치가 수립될 때까지 외국인 관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전염병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북중 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경우 외국인 여행객들의 출입은 막았지만, 설을 쇠기 위해 들어가는 북한 사람이나 교역품을 실은 화물차량 등의 운행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단둥 세관은 북중간 합의에 따라 춘제 연휴인 25~27일 사흘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는 명절 때 통상적으로 취해지는 조치로 당과 정부, 군을 비롯해 우편행정 등을 위한 통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예년에는 휴무기간에도 북한으로 가는 단체여행객의 통행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허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장기간 대북제재로 의료품이 희귀해져 '우한 폐렴'이 퍼질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유행이던 지난 2003년에 북한은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을 차단했으며 신의주 세관마저 일시 폐쇄하는 극약 처방을 쓴 바 있다.
그 덕분에 북한은 당시 아시아를 휩쓴 사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극소수의 국가로 살아남았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자 북한은 또다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전염병 확산에 대응했다.
한편, 조선중앙TV는 '우한 폐렴'의 증상과 감염 예방 대책 등을 소개하고 북한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전 국가적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제2의 사스 사태로 북한 당국은 판단하고 사스 때와 같은 조치로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접경지역 소식통은 "북한에서 아직 확진자가 나왔다는 발표는 없지만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도 발병한 만큼 북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통제조치는 지도자의 안위에 대한 고려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어서 "북한 사람들이 귀국한다고 하더라도 잠복기간 격리되는 등의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겨울은 여행 비수기에 해당하는 만큼 중국인 관광 등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외화 획득이 절실한 북한이 이러한 정책을 장기간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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