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벚꽃 의혹' 야당 추궁에 알맹이 없는 답변·버티기

입력 2020-01-23 09:37
아베 '벚꽃 의혹' 야당 추궁에 알맹이 없는 답변·버티기

돈 문제로 낙마한 전 각료도 "수사 중" 핑계로 답변 회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 정부의 공적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야당의 추궁에 알맹이 없는 답변과 버티기로 대응했다.

23일 도쿄신문과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야당 대표로부터 벚꽃을 보는 모임 등에 관한 질의를 받았으나 의혹을 규명할 핵심적인 내용은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초청 대상자 명부가 이 행사에 반사회적 세력 등 부적절한 인물이 참가했다는 의혹 등을 규명할 핵심 자료로 여겨지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명부와 관련한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뜻을 표명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가 명부 재조사 및 명부 삭제의 증거인 이력(로그)의 공개를 요구하자 아베 총리는 "내용을 밝히면 부정 침입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보안상 문제가 있다"며 거부했다.

에다노 대표는 벚꽃 행사 전날 참석자들이 고급 호텔에서 식사가 포함된 전야제 행사를 하면서 낸 돈이 1인당 5천엔(약 5만3천원)에 불과한 점에 비춰볼 때 아베 총리 측이 비용을 일부를 대신 내는 등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아베 총리는 이를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가격은 호텔 측이 설정했다"면서도 "명세서는 영업 비밀에 관한 것이므로 호텔 측으로서는 공개를 전제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단계 판매 사업을 하다 도산해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인이 아베 총리 측의 초대를 받아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가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명부를 파기했으며 확실하지 않다. 개인 정보라서 답변을 삼가겠다"고 반응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아베 총리의 설명이 "속임수투성이"라고 보도했다.

야당은 아베 정권의 핵심 정책인 복합리조트(IR) 사업을 다루던 여당 소속(이후 탈당)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제도 함께 추궁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의원이 체포, 기소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아키모토 의원을) 부(副)대신으로 임명한 사람으로서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으나 "IR은 관광 선진국의 실현을 후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카지노 신설 등 IR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을 시사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돈과 관련된 비위 의혹으로 개각 2개월을 못 채우고 사임한 것에 관해서는 "임명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가능한 설명을 다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이달 20일 국회 개원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스가와라 전 경제산업상이 "변호사와 상담해 적절한 시기를 잘 살펴서 설명하고 싶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답변을 피했고, 가와이 전 법상과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22일 내놓은 답변은 기존에 했던 발언의 반복이거나 의혹의 핵심에 관한 설명을 비켜나간 내용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의혹에 관한 아베 총리의 설명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내각 지지율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일단 버티기를 하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추정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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