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대치 속 이란 유학생들, 미 공항서 잇달아 추방
NYT "일부 학생 최소 5년간 입국할 수 없다는 통보받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이란 유학생들의 미국 입국이 속속 거부되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다 본국을 찾았던 이란 유학생들이 다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미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후 다시 이란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신문에 따르면 노스이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예정이던 샤하브 드하니(24)는 지난 19일 밤 보스턴 로간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유효한 학생비자가 있었지만 밤새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 당국인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심사를 받았고 다음날 저녁 다시 이란행 비행기에 태워졌다.
앞서 드하니는 매사추세츠대(UMASS)에서 2년간 수학한 후 2018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귀국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드하니가 입국 심사를 받는 동안 보스턴의 이란계 미국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공항에 몰려와 "학생들의 꿈이 중요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농성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매사추세츠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즉각 관심을 표했다.
워런은 트위터에 "샤하브 드하니는 유효한 학생 비자를 받아 학업을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CBP가 밤새 그를 붙잡아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의 추방은 중단돼야 하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 정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결국 드하니의 입국이 거부당하자, 변호사는 그가 탄 비행기가 뜨기 전 재빨리 연방법원에 그의 추방을 연기하기 위한 청원을 냈다.
변호사는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는 틈을 타 드하니의 추방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청원은 오후 9시27분 받아들여졌지만, 드하니가 탄 비행기는 그로부터 7분 후 이륙했다.
NYT는 지난 8월 이후 드하니처럼 유효한 비자가 있음에도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이란인들이 최소 1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지역 이민 관련 변호사들에 따르면 드하니와 같은 위험에 처한 의뢰인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문제 삼을 경우 자신들에게 차선책이 될 수 있는 캐나다나 유럽 지역 학생 비자를 얻는 데 방해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CBP 관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대신 CBP는 성명을 통해 이민자들이 입국 비자를 발급받아도 건강기록, 범죄기록, 노동허가증 등을 포함해 10여개 항목에서 부적격 사유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처럼 추방된 이란 유학생들은 삶이 파괴됐다고 호소한다"며 "미국 입국이 거부당하면서 그들은 학업 계획이 무너졌고, 경제적 문제에도 봉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학생의 경우 이란으로 추방된 후 미 당국으로부터 최소 5년간은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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