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 당겨진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연내 도입되나
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 본격화…도입 빨라질 듯
전세계약 무기한, 임대료 5년 동결 카드까지 등장…전세시장 파장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법무부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제도 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간 임차인 보호와 전셋값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두 제도 도입을 공언해왔으나 야당과 시장 전문가들이 단기적으로 전셋값 급등, 임대수요 감소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맞서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달 독일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법안 심사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하면서 연내 법안 통과 및 제도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정부·여당, 계약갱신청구권 등 연내 도입 추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두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19대 국회의 서민주거특별위원회에서도 도입 여부가 논의된 바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전월세 전환율을 높이고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를 마련하는 '절충안'으로 논의가 마무리됐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당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두 제도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약과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다시 한번 제도 도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9월에는 당·정이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해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미 국회에는 2016년부터 박영선·김상희 등 여당 의원과 윤영일·정동영 등 진보 야당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만 12건에 달한다.
청와대와 당정은 정권이 중반을 넘어서고,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전세가 오른다거나 하는 의외의 일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음달 열리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인 지난 정권에서 제도 도입을 반대한 바 있어 여야 대치 국면 속에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면 처리되지 못한 계류 법안들도 모두 자동 폐기된다. 결국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부와 여당이 하나의 통일된 법안을 발의해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정부 국정과제로 하루빨리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안 통과를 서두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여당은 늦어도 올해 안에 본회의 통과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유력…전월세 상한제와 패키지 도입 가능성도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골자는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박영선 의원이 발의했던 '2년+2년' 안이다.
살고 있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허용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집주인이 재계약시 전세금을 5%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3년+3년' 안도 있다. 현행 2년 단위의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아예 3년으로 늘리고, 1회의 계약갱신권한을 부여해 총 6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영일 의원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2회 허용해 최장 6년간 거주가 보장되도록 하고, 역시 재계약 시 전세금은 5%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에 공정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지역별로 적정한 공정임대료를 산정, 공표하도록 했다.
앞으로 법안이 논의되면 추가로 계약기간을 2년 더 허용할지, 아니면 현재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기간 자체를 3년으로 연장할지 여부 등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진 전망이다.
4년 전 이 제도 도입에 반대했던 국토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현재 찬성입장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최소 부처간 이견으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다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우선 시행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강남·목동 등 학군 인기지역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는 가운에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려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올해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등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비해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들의 전세 거주기간만 늘려주는 것이어서 상한제보다는 상승 압력이 덜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서는 계약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전셋값 인상이 제한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패키지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작지 않아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전월세를 놓는 임대인이 계약내용을 무조건 관할 지자체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도 함께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전월세 신고제를 우선 도입해 임대차 정보를 선행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여기에서 더 나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통상 2년인 계약 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리고,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는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제도의 내용이 급진적이고 사유재산 침해 등의 위법 요소도 있는 만큼 실제 도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법무부가 관련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이 빨라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임차인 보호 위해 필요" vs "전셋값 더 오른다" 찬반양론 거셀 듯
시민단체는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안정성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0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는 지난 6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계약갱신청구권 ▲ 전월세 상한제 및 신고제 ▲ 임대보증금 보호 강화 ▲ 적정 임대료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과 달리 최근 학계에서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의원은 2015년 주택학회의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할 경우 전월세 가격은 0.74%에서 1.52%까지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부동산분석학회가 법무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2+2' 방식으로 도입하게 되면 집주인이 갱신 시점에 시장임대료 수준으로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초기 임대료를 1.43∼1.65% 인상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전월세 상한제를 함께 도입할 경우에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단기간에 인상하면서 초기 임대료 추정 상승률이 1.67∼8.32%에 달할 것으로 학회는 예상했다.
그러면서 임대시장이 불안할 때는 초기 전셋값 급등이 불가피한 만큼 전셋값이 안정됐을 때 시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두 제도가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면서 단기적으로 전셋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과거 1989년 주택차보호법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그해 전셋값이 17.5% 뛰었고, 이듬해인 1990년에는 4개월 동안 전셋값이 20.2%나 폭등한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두 제도가 단기적으로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은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민간에서 나오는 임대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공급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경우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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