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산악계 "한국인 교사들 실종 지점은 굉장히 위험한 곳"
"수년 전부터 안나푸르나 날씨 예측 불가…전문지식 갖춘 가이드 절실"
구조 당국, 오늘 날씨 나빠지지 않으면 오전부터 나흘째 수색 추진
(포카라[네팔]=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한국인 교사 4명이 실종된 지점이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위험한 곳이었다는 지적이 현지 산악계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언뜻 보기와는 달리 큰 사고 위험이 잠재된 지점이었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트레킹 루트는 실종자에 앞서 같은 코스를 다녀온 뒤 19일 귀국한 충남교육청 봉사팀 관계자가 "초등학교 학생들도 평범하게 다니는 트레킹 길이라 사고 우발지역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무난한 코스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아르준 포우델 한국-네팔 트레킹 관광협회 사무총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현장은 촘롱 지역에서 시작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루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포우델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사고는 해발 3천230m의 데우랄리 산장(롯지)과 히말라야 산장(해발 2천920m) 사이의 힌쿠 케이브(해발 3천170m) 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는 "해당 지역은 가파르고 좁은 길이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며 "한쪽은 산이고 반대쪽은 곧바로 계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곡의 깊이는 50∼100m가량인데 이곳에 눈과 얼음이 쌓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m급 16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인 엄홍길 대장도 연합뉴스에 "사고 지점은 눈사태가 자주 나는 위험한 지역으로 지도에 표시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 트레킹이 더 위험해진 것은 안나푸르나의 날씨가 지난 몇 년간 '기상이변'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어졌기 때문이라고 산악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엄 대장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안나푸르나의 날씨가 최근 몇 년간 크게 변했다"며 "겨울철에 폭우나 폭설 이처럼 많이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포우델 사무총장도 "2∼3년 전부터 현지 산악지역 날씨가 예측 불가인 상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이드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상태다. 하지만 한국인 등산객을 안내하는 트레킹 가이드의 전문성은 대체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 대장은 "특히 겨울철 안나푸르나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일행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경험과 지식 등 전문성을 토대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월간 '사람과 산'의 네팔 주재 기자인 이용호 씨도 "사고 당시 15∼17일에는 이미 폭우와 폭설이 예보된 상태였다"며 "특히 데우랄리 지역은 경사가 급한 사면이라 과거에도 큰 사고가 난 병목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상과 눈사태의 위험이 큰 겨울철 히말라야 트레킹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로 연결되는 데우랄리 지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충남교육청 국외 교육봉사단으로 현지를 방문했다가 트레킹에 나선 교사 9명 중 앞서가던 4명과 네팔인 가이드 2명이 산사태에 휩쓸리면서 실종됐다.
네팔 구조당국은 20일 오전 날씨가 나빠지지 않으면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나흘째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엄 대장도 이날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해발 3천700m)에 설치된 산악구조센터의 장비를 활용, 사고 지점 위로 드론을 띄워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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