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마힌드라 '쌍용차 자구책', 이 정도로 되겠나
(서울=연합뉴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자구책을 내놓고 우리 정부에 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의 이사회 의장인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방문하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고엔카 사장은 2천300억원의 자금 수혈과 함께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엔카 사장은 자금 투입의 전제로 산업은행이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회사 정상화와 일자리를 빌미로 사실상 우리 정부에 자금 수혈을 압박한 것이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의 대주주가 채권은행에 지원을 호소할 수는 있지만, 마힌드라의 경우 명분이나 타이밍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쌍용차는 판매 부진과 현금을 창출할 신차 개발 지연으로 적자가 쌓여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 국면에 처했다. 2017년 이후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작년 영업적자는 2천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최근 3년간 누적 적자는 3천3천여억원에 달한다. 작년엔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부채비율은 300%에 육박한다. 자체 신용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처지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약 5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천300억원 투자로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경비 절감 등으로 1천억원의 구조조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이다. 마힌드라가 진정으로 쌍용차를 살리고 싶다면 더 과감한 자구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마힌드라는 먼저 납득할만한 회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초 평택공장을 담보로 쌍용차에 1천억원의 시설자금을 대출하고 작년 12월에는 만기도래한 200억원의 대출금 상환을 연장했으나 경영은 개선되지 않았다. 문성현 위원장과 이목희 부위원장은 고엔카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에 중장기 비전과 함께 미래차 전략,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조언했는데 당연한 충고다. 자율주행차와 공유차량이 상징하는 모빌리티 혁명의 물결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가성비 높은 전기차나 수소차 등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능력이 없는 군소 업체가 생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엔카 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점이나 이미 약속한 해고노동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한 채 정부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과거 한국GM이 8천100억원의 산업은행 지원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문제에 쫓기는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아 지원을 약속받으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사 상생형 일자리인 '평택형 일자리'를 제안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용이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국민 경제에 파급력이 있는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 정부나 채권은행도 정상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신뢰할만한 자구 노력 없이 무분별한 신규 지원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로서는 산업은행이 2대 주주인 한국 GM과는 처지가 다른 쌍용차 지원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의 원칙을 저버리거나 회생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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