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폐렴' 환자 하루만에 17명 늘어…각국 경계령(종합3보)

입력 2020-01-19 23:52
수정 2020-01-20 00:03
중국 '우한폐렴' 환자 하루만에 17명 늘어…각국 경계령(종합3보)

사람간 전염 우려 제기…춘제 대이동 맞아 비상

아직 원인도 못 밝혀…중국 당국, 체온 검사도 늑장 실시

"우한 현지 병원 근무하던 의사와 아내, 폐렴 걸렸다" 소문도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윤구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 환자가 하루 만에 17명이 늘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바이러스가 국내외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7일 하루 동안 17명이 확진돼 누적 환자가 62명으로 증가했다고 19일 웹사이트에서 발표했다.

환자 62명 중 19명이 퇴원했고 중증 환자는 8명이다. 지금까지 2명이 사망했다.

환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763명이며 이들 중 681명은 이상이 없어 의학관찰 대상에서 해제됐다. 밀접 접촉자의 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새로 확인된 환자들의 발병일은 1월 13일 이전이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중증이다.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새로운 장비를 이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6일 새 검사 장비를 도입한 이후 이틀 사이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새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다수 발생했던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에 노출된 적이 없다.

화난시장은 수산물뿐만 아니라 도축된 야생동물도 판매하는 곳으로 이 시장의 상인과 손님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화난시장에 노출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미는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리강(李剛) 우한시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제한적인 사람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지속적인 사람간 전염의 위험은 비교적 낮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력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각종 예방·통제 조치의 실행에 따라 질병 상황은 통제 가능하며, 대다수 환자는 경증이라고 덧붙였다.

첫 발병 후 한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바이러스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저녁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으며 전파 경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 이외 지역의 의심 환자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광둥성 선전과 상하이에서도 모두 3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외국에서 환자가 확인됐는데 중국 내에서는 우한에만 환자가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웨이보에서는 관련 주제가 상위권에 대거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을 보여줬다.

WHO는 중국 내 우한 이외 지역에서도 발병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SCMP에 말했다.

해외에서는 실제 환자가 중국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은 지난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1천7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의 늑장 대처가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CTV는 우한의 공항과 기차역, 시외버스 터미널 등지에서 지난 14일부터 우한을 떠나는 여행객을 상대로 적외선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이달초부터 공항에서 우한발 관광객을 상대로 체온 검사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조치다.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를 전후한 대이동 기간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이 중국 보건당국의 중대 과제다. 연중 최대 명절인 춘제 전후 40일간의 특별수송 기간에는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한다.

춘제를 전후해 중국인의 해외 관광이 급증하기 때문에 이웃 나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될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태국과 일본에서는 우한을 방문한 중국인 2명과 1명이 각각 신종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네팔, 홍콩, 대만 등도 의심 환자들을 모니터하고 있다.

미국은 뉴욕 JFK공항 등 3개 공항에서 우한발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발열 검사를 시작했다.

한편 중국 질병관리센터는 전날 '우한폐렴 5대 유언비어'라는 글을 게시하고 당국이 환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애썼다.

또한 우한 폐렴은 2002∼2003년 세계적으로 8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의 중국 총영사관은 한국이 최근 원인불명 폐렴 발생 후 중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했다면서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신경보가 보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콩에서는 우한에 다녀온 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 환자가 전날에도 9명 신고돼 지금까지 발생한 의심 환자 수가 모두 99명에 달했다.

다만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없었고, 대부분 병세가 호전돼 퇴원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에서는 "우한 현지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가 진료 중에 폐렴에 감염됐고, 그의 부인도 감염돼 전염병 전문 치료 기관인 진인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의 발병 수치를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환자에게 확진 판정을 내리지 않고 집에 돌아가서 치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각 병원 의료진에 대한 철저한 '입단속'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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