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대표 도전 5인, 리버풀서 첫 대규모 유세
보수당에 승리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당내 단결' 강조
필립스 의원, 반유대주의 대응 놓고 지도부 출신 후보 비판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노동당 대표직에 도전장을 던진 5명의 후보가 18일(현지시간) 리버풀에서 처음으로 당대표 경선 합동 유세를 했다.
앞서 지난 13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키어 스타머, 레베카 롱 베일리, 리사 낸디, 제스 필립스, 에밀리 손베리 등 5명의 하원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로 했다.
이날 유세에서 후보자들은 한목소리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당의 분열을 치유하지 않으면 집권 보수당을 이기고 정권을 탈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비내각 기업부 장관으로 제러미 코빈 현 대표 측근과 노동당 내 좌파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롱 베일리 의원은 "모두가 다시 단결해 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지난 4년간 단결하지 못했다는 점에 솔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내 일부 세력은 코빈 대표 지지그룹을 '광신적 추종집단'(cult)으로 불렀고, 이에 지지그룹은 반대편 세력에게 "보수당에 합류하라"고 맞대응하는 등 분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열은 더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롱 베일리 의원은 강조했다.
손베리 의원은 노동당원들이 당내에서 싸우는 것을 멈추고, 보수당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의원 역시 그동안 "너무 많은 분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낸디 의원은 "우리는 빗장을 들어 올리고 서로를 보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5명의 후보는 아울러 기후 위기와 반(反)유대주의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백 벤처'(backbencher·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평의원)로 여성권리 활동가이기도 한 필립스 의원은 '프론트 벤처'(frontbencher·집권당 각료 및 야당 간부)에 속한 의원들이 반유대주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예비내각 외무장관인 손베리 의원은 "나는 언제나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반유대주의는 우리 당과 우리의 영혼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인 스타머 의원 역시 "라디오와 미디어를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예비내각 배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만약 대표가 된다면 반유대주의 문제 제기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주간 보고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스 의원은 상원을 선출직으로 바꾸겠다는 롱 베일리 의원의 약속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필립스 의원은 "이는 대부분 국민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아무도 연방주의나 상원의 형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일반 국민들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롱 베일리 의원은 노동당이 기존 사회주의 정신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우리의 임무는 사회주의 판매원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있다"면서 "사회주의가 합리적이고 신뢰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경제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모두에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다른 유럽국가에서 우리가 말하는 것을 실행하고 있지만 이를 극좌나 미친 짓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문명화된 사회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한 달간 영국 주요 도시에서 당대표 및 부대표 경선 유세를 펼친 뒤 오는 2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최종 당대표 선출 결과는 4월 4일 특별 전당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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