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는 1주택자 대출 정조준…봄 이사철 혼란 조짐
전세가 상승에 기존 전세대출자도 만기부터 사실상 새 규제 영향권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20일 전세대출 규제 시행을 기점으로 12·16 대출 규제가 전면 가동됨에 따라 봄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시장에 혼란 조짐이 감지된다.
태풍의 눈은 전세대출을 쓰면서 전세 낀 시가 9억원을 넘는 집을 산 이들이다. 새 규제 체제에서 이들이 기존에 쓰고 있던 전세대출은 결국 차단된다. 전세금반환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구입한 주택의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쉽지 않다.
20일부터 시행되는 전세대출 규제는 특히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1주택 갭투자자를 정밀타격하는 정책수단으로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다.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을 전면 제한하고, 전세대출자가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적발되면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9억원에 육박(11월 기준 8억8천만원)하는 상황이다. 절반 가까운 서울 아파트가 고가주택에 속하는데 이중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례가 상당하다.
이번 전세대출 규제의 사실상 유일한 예외는 20일 이전에 이미 고가주택 보유자이면서 현재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해당 전세대출의 만기에 대출보증을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기존 대출을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경과조치다. 전셋집을 이사하거나 전세대출을 증액해야 하는 경우 신규대출로 간주돼 전세대출 금지 대상이 된다.
이사를 하지 않더라도 최근 전셋값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2년 전 전세가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전세가 상승분을 자력으로 마련하거나,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반전세)할 여유자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집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할 경우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다.
정부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차주가 전셋집 이사로 대출액 증액 없이 대출을 재이용할 경우 4월 20일까지에 한해 SGI서울보증에서 전세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경과규정을 달았으나 이 역시 최근의 전셋값 상승 상황을 반영하면 주택 수준을 낮추거나 자비로 전셋값 상승분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여유자금이 없다면 결국 월세나 반전세 집을 찾아야 한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결국 보유한 고가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이번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맞닥뜨리게 되므로 전세 만기가 몰려있는 올봄 이사철이 첫 시험대가 된다. 대출 규제에 따라 예상치 않은 이사 수요가 대거 발생한다는 의미다.
전세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는 규제지역에서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자녀 교육 목적으로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등 지역에서 전세를 사는 경우다.
입시제도 개편에 따른 수요 증가와 양도소득세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 등 혜택을 받기 위해 집주인의 직접 입주가 늘어 이들 지역의 전세가는 억 단위로 오른 곳이 많다. 그나마 매물이 없어 중개업소끼리 물건 공유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계층은 해당 지역에 머물고 싶다면 전세금이 더 싼 다른 집으로 전세를 옮기거나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감당해야 한다.
전세금을 올려주고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려면 여유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현재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전세대출자 역시 안정권이 아니다. 보유주택의 가격이 앞으로 9억원을 넘어서게 되면 그 전세보증 만기에 연장이 거절된다.
현재 전세대출을 받아 살면서 전세를 낀 고가주택을 매입해 입주하려는 실수요자 역시 덩달아 타격을 입는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고가주택을 담보로 전세금반환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전세금반환액에 미치지 경우가 많다.
정부는 12·16 대책 이전에 집 구입을 마친 사람에 대해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을 담보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대책 시행 이후 대출을 신청한 경우 LTV 비율은 새 규제를 적용해 9억원까지는 40%를, 9억원 초과분은 20%를 적용한다.
시가 14억원 주택의 경우 기존 규제에서 받을 수 있었던 대출한도가 5억6천만원이었지만 새 LTV 비율을 적용하면 4억6천만원으로 1억원이 줄어든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적용하면 대출한도는 더 작아질 수 있다.
기존 LTV 40% 체제에서 자금 계획을 짠 집주인 입장에선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게 된다.
전세를 살면서 고가주택을 구입한 A씨는 "전세금반환대출때 LTV 40%가 가능하다는 은행 답을 받고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을 했고 세입자가 나갈 집을 찾았다고 해서 계약금 10%까지 지급했는데 은행에서 9억원 초과 구간은 LTV를 20%만 적용한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1억원 안팎 펑크난 자금을 메울 길이 없어 대부업체에 가야하나 내집 입주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용중인 전세대출이 막힐 경우 월세집을 찾아야 하나 고민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가주택 보유자이므로 자신이 현재 사는 주택에 대해 신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기존에 전세대출을 받고 있다 해도 대출 증액이나 이사가 불가하다.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전세대출까지 차단되면 역시 자신이 거주할 월세 집을 새로 구하거나 고가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도와줄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의 중심에 있는 고가주택 가격 상승에 전세대출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보고 있으며 대출을 과도한 수준으로 받아 견디기 어렵다면 집을 매각하면 된다는 것이 12·16 대출 대책을 관통하는 정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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