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까지 등장한 '꼰대 비하' 용어…"대법관들도 부머"
대법관들이 직장 내 나이 차별 사건 다루며 "OK 부머" 용어 언급
'OK 부머'란 연장자에 대한 경멸의 뜻 담은 표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세계 공통적인 문제인 세대갈등이 미국 연방대법원에까지 상륙했다.
이른바 '꼰대'들을 비하하는 용어인 "OK, 부머(Boomer)"가 15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이날 한 연방정부 공무원이 제기한, 나이에 따른 직장 내 차별 사건에 대한 심리 중 "OK, 부머"를 입에 올렸다.
그는 사건 속 상황을 묘사하면서 "(승진) 지원자보다 어린 상사가 'OK, 부머'라는 말을 한번 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보훈부(VA)의 50대 초반 약사 노리스 밥이 나이 때문에 승진과 교육 기회 등에서 차별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OK, 부머"란 용어에서 '부머'는 미 경제 호황기였던 1946∼1964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를 말한다. 청장년 시절 경제 성장의 혜택을 듬뿍 누리며 성장한 이들은 이제 노년이 됐다.
이들이 세계적인 경제 성장률 저하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자라난 현 젊은 세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OK, 부머"라는 말이 탄생했다. 젊은층이 이들의 '꼰대적' 발언이나 태도를 일축할 때 사용한다. "그건 됐고", "알겠으니 그만해"라는 뜻을 담는다.
65세 생일을 불과 12일 앞둔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역시 '부머'다.
법원 속기록에 따르면 52세의 닐 고서치부터 86세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까지 9명의 대법관이 재직 중인 연방대법원에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윗세대를 비난할 때 언급하는 다소 경멸적인 이 표현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고 AP가 전했다.
통신은 "연방대법관들도 종종 나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을 상상해보긴 하겠지만, 연방대법관은 종신제인 까닭에 나이로 인한 직장 내 차별에 관한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81세의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승진을 심사하는 상사가 "나는 분명 82세가 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되는지를 물어 재판장에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앞서 2009년 미 대법원은 민간 영역이나 지방정부에서 연장자들이 나이에 따른 차별로 고소를 제기할 경우 고소인이 직접 그러한 차별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장 내 나이에 따른 차별로 인한 고소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 같은 기준이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법관들은 연방정부 공무원과 민간 영역 직원들에 대한 법 조항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웃음을 유발했던 브라이어 대법관은 "나이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데 있어 연방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대법관들이 이례적으로 'OK, 부머'라는 표현을 입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면서 "아마도 종신제이긴 하지만 연방대법관들 역시 연방정부의 연장자 직원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