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또다른 경쟁의 장 북극…'친중' 러시아 변수도"

입력 2020-01-15 13:40
"미-중 또다른 경쟁의 장 북극…'친중' 러시아 변수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극 지역이 양국 간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될 전망이라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15일 SCMP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1월 북극정책 백서를 통해 자국을 '근(近) 북극 국가'로 규정하며 북극 항로의 개발·이용을 통해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극도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몇개월 후 본격화한 양국 간 무역전쟁으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5월 제17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 연설에서 이러한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직 북극 국가와 비(非) 북극 국가만 존재한다. 제3의 범주(category)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이 지역 항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21세기 중반까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 항로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10~12일 정도 단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SCMP는 북극이 아직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지출에서 최우선 순위가 아니겠지만, 중국에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장신(張昕) 중국 화동사범대 교수는 "해양 수송로와 풍부한 자원, 상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발전해가는 북극의 글로벌 비전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북극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SCMP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일대일로를 개척하고 있듯이, 북유럽도 중국의 투자 및 과학협력에 관심이 클 수 있다고 봤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존재도 미국이 중국의 북극 진출을 저지하기 어려운 요소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항해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가운데,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가동에 들어간 것은 양국 협력의 대표적 사례다.

양국은 또 러시아 서시베리아의 야말반도에서 연 1천65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야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의 북극해 해안선은 2만4천여㎞에 달하며, 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에 중국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연방대의 아르템 루킨 교수는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중국의 투자를 통해 북극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SCMP는 중국이 북극 지역 국가들과 과학분야 협력에 나서는데, 미 국방부는 이러한 연구가 잠수함 등 중국의 군사력에 기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 윈순은 "중국이 개발하려 하는 북극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에 대해 과학연구용이라고 하겠지만,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면서 "모호한 영역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던 것도, 중국이 그린란드에 공항을 건설하려던 계획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반면 루킨 교수는 서방의 우려에 대해 "북극은 남중국해가 아니다"라면서 "북극에서는 러시아가 모든 군사적 자산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손님일 뿐이며 러시아가 북극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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