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지우기'…흉상 부수고 경기장 이름도 바꿔
볼리비아 임시정부, 모랄레스 전 대통령 이름 딴 공공시설 개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임시 정부가 지난해 11월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언론 엘데베르, 에후TV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체육부는 전날 코차밤바주 키야코요의 경기장 앞에 세워진 모랄레스의 흉상을 철거했다.
밀톤 나바로 임시 체육장관이 직접 망치를 들고 올라가 흉상을 세게 내리쳤다. 지난해 말부터 검은 봉지로 싸여 있던 흉상 속 모랄레스의 미소 띤 얼굴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흉상이 있던 이 경기장의 이름은 '에보 모랄레스 경기장'이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 건립된 볼리비아 최대 규모 경기장이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좌파 지도자 모랄레스는 14년 가까이 집권하는 동안 전국에 다양한 체육시설을 지었다.
나바로 장관은 모랄레스의 흉상과 더불어 경기장 정면에 있던 현판도 제거했다.
그는 "볼리비아 국민의 돈으로 건립한 시설에 독재자, 범죄자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제 경기장의 이름은 지명을 따서 '키야코요 다목적 올림픽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흉상 파괴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임시정부는 모랄레스 이름이 붙은 공공시설의 개명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랄레스의 이름을 딴 볼리비아 곳곳의 경기장과 학교, 시장, 그리고 모랄레스와 부모의 동상 등이 곧 비슷한 운명에 처할 예정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4선 연임에 도전한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쫓기듯 물러난 후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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