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암살' 철벽방어한 합참의장 '시험대' 올라
CNN "의원들, 트럼프 변호하는 밀리 합참의장의 완고한 태도에 발끈"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우려…다른 문제에선 백악관과 대립각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마크 밀리(61) 미국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을 옹호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CNN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지난 8일 솔레이마니 작전의 근거로 제시된 첩보에 대한 정보 당국의 보고를 받던 하원의원들은 밀리 합참의장의 완고한 태도에 발끈했다고 한다.
당시 보고에서 밀리 합창의장이 가장 완강하게 작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변호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밀리 합참의장이 첩보가 정확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측을 대변하는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며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인 사람이 없었는데 보고를 받으며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간 정치 문제에 거리를 두고 초당적인 군사 조언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논란이 되는 정치적 결정"을 변호하면서 위험할 만큼 정치 영역에 접근했다는 게 CNN의 지적이다.
국방부나 군 출신들은 밀리 합참의장이 재능이 뛰어나고 군사 전략가라는 데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그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포함한 수많은 전투에서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합참의장 대변인은 "합참의장은 당파성을 갖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군사 조언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밀리 합참의장이 과연 수시로 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냐는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솔레이마니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밀리 합창의장을 보좌했던 한 퇴역 군인은 밀리 합참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봉직할 만큼 현실 정치에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신뢰받는 전·현직 고위 장성을 이용하고는 명예에 먹칠해서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솔레이마니 작전 후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옆에 자리해 작전을 옹호하면서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다.
다만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보복 공격을 가하자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이란이 미군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한 데 대해 밀리 합참의장은 "미군과 기지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이란 내 52개 문화 유적지를 공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서도 "무력 분쟁에 대한 법률을 따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실제 밀리 합참의장은 자신의 역할이 군사적 조언과 최적의 선택을 제공하는 것이고, 백악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솔레이마니 사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밀리 합참의장은 언젠가 제거 작전의 비밀이 해제되면 자신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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