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 中 투자약속 안 지켜 베이징 '17+1' 회의 불참"
친중 성향 제만 대통령, 중국의 대 체코 투자에 실망 표시
전문가 "중국의 EU 영향력 확대 정책에 차질 빚을 듯"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친(親) 중국 성향을 보여온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이 중국의 투자 부진 문제를 거론하면서 오는 4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중국과 중·동유럽 국가 간의 '17+1'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체코 현지 신문인 블레스크(Blesk)를 인용해 제만 대통령이 중국의 대(對)체코 투자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17+1'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레스크에 따르면 제만 대통령은 "나는 중국 측이 약속한 것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투자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17+1' 정상회의에는 제만 대통령 대신에 하마섹 부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만 대통령의 '17+1' 정상회의 불참 입장은 대만 타이베이(臺北) 커원저(柯文哲) 시장이 13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즈데넥 흐리브 프라하 시장과 도시 간 자매결연을 체결한 상황에서 전해졌다.
대만에서 유학한 친(親)대만 인사인 흐리브 시장은 지난해 10월 베이징과 프라하 간 자매결연 협정문 가운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내용을 삭제하려다 중국 측이 반대하자 베이징시와 자매결연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친 중국 성향을 보였던 제만 대통령이 중국의 투자 부진 문제를 거론하면서 '17+1'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체코 팔라츠키 대학의 리차드 투르크산이 교수는 제만 대통령의 '17+1' 정상회의 불참 입장에 대해 "제만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체코의 친 중국 정책을 주도해온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면서 "놀랄만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중국의 뺨을 때린 것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제만 대통령은 체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 회원국임에도,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앞서 홍콩의 명보(明報)는 지난 6일 중국이 최근 대만과 가까워지고 있는 체코에 대한 항의 표시로 체코제 여객기 구매계획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명보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제만 체코 대통령 등이 지난해 중국 방문 당시, 조속히 여객기 인증을 마무리해 거래를 성사시켜달라고 설득했지만, 중국이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체코제 19인승 쌍발 단거리 여객기 L-410 모델을 30대 구매할 예정이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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