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중국' 국민당서도 "'하나의 중국' 언급 말자" 의견 분출
반중 정서 속 대선 참패에 이견 분출…"국민당의 미래 위기"
(타이베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강한 반중(反中) 정서 속에서 치러진 지난 11일 대만 대선에서 패한 중국국민당(국민당) 내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론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대만인들 사이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진 가운데 중국 본토와 분명히 선을 긋지 않고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14일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국민당 청년위원회 주임인 쑤징옌(蕭敬嚴)은 당이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태도가 국민당 패배의 주된 이유였다"며 "이미 27년이 지난 92공식은 더는 시대에 맞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민당 대변인을 지낸 황젠하오(黃健豪) 타이중시 시의원은 "국민당이 다시는 92공식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 소속인 장화(彰化)현 현장인 왕후이메이(王惠美)도 당이 양안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때라면서 중국과 거리 두기 요구 목소리에 가세했다.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두고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던 국민당에서조차 이런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향후 각종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국민당은 중국의 국부인 쑨원(孫文·1866∼1925)이 세웠으나 1925년 그가 숨지자 장제스(蔣介石·1887∼1975) 오랫동안 이끌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와 지지 세력은 대만 섬으로 패퇴했다.
국민당은 이후 대만에서 반세기 가까이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민진당 인사들이 주도한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대만에서는 1996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했고 2000년 첫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대만에서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대만 토박이인 '본성인'(本省人)과 젊은 층의 지지를 주로 받는 반면 국민당은 장제스를 따라 대만에 온 '외성인'(外省人)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주로 받는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중국과 대만의 분리 상황이 지속할수록 국민당 지지층이 점차 소멸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판스핑(范世平) 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젊은 층의 지지가 없는 국민당의 득표는 미래로 갈수록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민당의 미래에 큰 위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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