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 "산불 대처 잘했어야"…초기대응 실패 '인정'(종합)

입력 2020-01-12 19:47
호주 총리 "산불 대처 잘했어야"…초기대응 실패 '인정'(종합)

산불 진상조사위 구성 제안…"국가적 점검 필요"

세리나 윌리엄스, 오클랜드 클래식 우승 상금 5천만원 기부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2일 최근 석 달 간 이어진 산불에 대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 ABC TV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산불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훨씬 나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다만 "현재는 매우 민감하고, 또 감정적인 상황이다. 총리 역시 보통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대책과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호주의 광범위한 국가 경제와 사회적 이익에 합당한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간 호주 국민들은 최악의 산불이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임에도 호주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모리슨 총리는 최근까지도 이번 화재가 역대 최악의 재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호주는 과거부터 이와 비슷한 재해를 겪어왔다며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부인해 논란이 됐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산불 사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사법 권한을 갖는 강력한 왕립 위원회(Royal Commission)를 구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기구가 필요하다고 보며, 내각에도 그러한 차원으로 제안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각 주와 자치지구와 협의해 내각에 이를 제안하겠다"고 부연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석 달 간 이어진 산불로 28명이 사망하고, 가옥 2천채가 소멸했다.

또 남한 크기의 면적이 피해를 보고 야생 동물 생존까지 위협을 받자 모리슨 총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모리스 총리는 최악의 산불 피해 속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고,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강행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주 기온이 내려가면서 산불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빅토리아의 새로운 산불 발생 현장에서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사망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호주에서는 여름철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됐으며, 가뭄과 맞물려 큰 피해로 이어졌다.

소방 당국은 폭염이 계속되면서 산불 위험도 끝날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호주 산불 피해 구제를 위한 세계적 스타들의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출신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이날 여자프로테니스(WTA) 오클랜드 클래식 우승 상금 4만3천 달러(약 5천만원)를 호주 산불 피해 복구 기금으로 기부했다.

윌리엄스는 "지난 20년 동안 호주에서 경기를 해왔다"며 "호주 산불로 동물 생존이 위협받고, 사람들이 집을 잃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또 산불 기금 모금을 위해 오클랜드 클래식 1라운드에서 입었던 옷에 사인하고 경매로 내놨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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