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민권법 발효에 곳곳서 반발시위…모디 인형 불태워
10일부터 효력…모디 "잘못된 정보 퍼져…시민권 뺏는 법안 아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달부터 인도를 들끓게 했던 개정 시민권법이 지난 10일부터 정식으로 발효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시위가 다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2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동부 아삼주 구와하티의 대학생들은 개정 시민권법이 발효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법 개정을 주도한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의 인형을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중 한 명은 "오는 22일 대법원이 개정안 관련 청원 심사를 할 예정인데 정부가 서둘러 개정안을 발효시켰다"며 "정부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가 방문 중인 동부 웨스트벵골주의 콜카타에서도 3만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손을 맞잡고 인간 띠를 만들면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부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시민권법 개정안은 지난달 10일, 12일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고 이후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개정안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와 불법 체류 중인 힌두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등 6개 종교 신자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줬다.
아울러 이들에 대해 시민권 획득 자격 기간도 단축해줬다.
이에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로 온 해당 불법 이민자들은 인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 무슬림이 빠지면서 소수 집단과 대학생 등이 크게 반발했다.
웨스트벵골, 아삼 등 방글라데시 접경지역 주민은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지역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달 초순 이후 시위대와 경찰은 전국 곳곳에서 충돌했고 경찰초소를 비롯한 건물과 차량이 불탔다. 이 과정에서 27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시위 기세는 지난달 하순부터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이었지만 개정안 발효로 다시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야권 등 시위대의 반발에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모디 총리는 12일 콜카타에서 시민권법 개정안과 관련해 "반대 세력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권법 개정안은 시민권을 주는 법이지 빼앗는 규정이 아니다"라며 "특히 이 법이 동북 지역 주민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뒤 '힌두민족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했고, 아삼주에서는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겠다며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제도를 실시했다.
인도에서는 13억5천만명 인구 가운데 다수인 80%가 힌두교를 믿는다. 무슬림 비중은 14%로 약 2억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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