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서 '반정부 달리기' vs '친정부 걷기' 맞대결
반정부 구호에 저항상징 '세손가락' vs 총리 가면 쓰고 국가 불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방콕에서 반정부 행사와 친정부 행사가 12일 동시에 열렸다.
장소는 달라 충돌은 없었지만, 5년여 전 쿠데타 이후 이런 양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이날 오전 방콕 북부 외곽인 와치라벤차탓 공원에서는 대학생 단체가 주최한 '독재자에 반대하는 달리기' 행사가 개최됐다.
동이 트기 전 시작한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자 일부는 반정부 구호를 외치거나 저항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표시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데 이어 자신이 세운 퓨처포워드당(FFP)의 해산 판결을 앞둔 타나톤 중룽르앙낏 FFP 대표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행사는 애초 시내 중심부인 탐마삿 대학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학 측이 집회 장소 제공을 뒤늦게 취소하면서 외곽 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다.
탐마삿 대학의 장소 불허 방침에는 당국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주최측 인사 중 한 명인 학생 운동가 타나왓 웡차이는 행사 시작 전 "우리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가 아니라 진정한 민주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지만, 행사 참석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 왔다는 빠팟삿 넨상은 신문에 "우리는 이제 (현 정부에) 진저리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왔다"면서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모든 게 그대로다. 경제도 나아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장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수티탓(25)씨는 "군부를 비판한 정당이라고 해서 해산하려는 것은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행사 참가 이유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1일 정당법 위반을 이유로 선관위가 제기한 FFP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반정부 행사 참석자가 몇 명인지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최 측은 행사 전 1만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12월 14일 방콕 도심에서 FFP 주최로 열려 수천 명이 참석했던 반정부 집회를 능가하는, 5년여 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한편 도심 룸피니 공원에서도 같은 날 오전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친정부 집회 '아저씨를 응원하는 걷기 대회'로 맞불을 놓았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애칭이 '투 아저씨'라는 점을 고려해 지어진 행사명이다.
주최측은 앞서 2천500명가량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태국 현지 언론에서는 1만명가량의 지지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티티콘 콧딴(52)은 신문에 쁘라윳 총리가 태국에 평화를 다시 가져왔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 만큼, 총리로서 계속 나라에 봉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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