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맥스 참사' 보잉 전 CEO, 퇴직금 한 푼도 못챙긴다

입력 2020-01-11 10:01
'737맥스 참사' 보잉 전 CEO, 퇴직금 한 푼도 못챙긴다

보잉, 증권거래위원회 제출 보고서에서 퇴직금·보너스 일체 미지급 밝혀

미 연방항공청, "부품 결함 알고도 사용" 보잉에 벌금 63억원 부과 방침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737 맥스 기종의 연이은 추락 사고로 불명예 퇴진한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퇴직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잉은 "뮐렌버그는 퇴임 후 그 어떤 형태의 퇴직금도 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안 받을 것"이라고 보고서에 밝혔다.

뮐렌버그는 2019년분 보너스 역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잉은 전했다.

이어 그가 지난달 퇴임하면서 약 1천460만달러(약 169억원) 상당의 주식을 몰수당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뮐렌버그는 계약상 지급받게 돼 있는 약 6천220만달러(약 722억원) 상당의 주식·연금 인상분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보잉은 밝혔다.

뮐렌버그는 보잉에서 34년간 재직했으나 737맥스 기종 참사로 물러나게 됐다.

보잉은 737맥스 기종의 추락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자 지난달 뮐렌버그의 사임을 발표했다.

737맥스는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과 지난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자 34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은 기종이다. 현재 세계 40여개 국에서 운항이 금지된 상태다.

앞서 뮐렌버그가 불명예 퇴진에도 퇴직금 등으로 최소 수백억 원을 챙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사태의 책임을 지게 된 보잉은 수난을 겪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잉이 737맥스 기종에 결함이 있는 부품의 설치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벌금 540만달러(약 63억원)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FAA는 "보잉은 일부 항공기 부품이 강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최종 내공성 인증을 받기 위해 FAA에 항공기를 제출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참사 이후 보잉이 737 맥스 기종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공급사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이날 보잉의 최대 부품 공급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는 737맥스 기종 생산 중단에 따라 캔자스주 위치토 지부 인력의 20% 이상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선 2천800명이 정리해고될 예정이다.

이는 737맥스 사태와 관련한 첫번째 대규모 인력 감축이며, 향후 더 많은 어려움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전날에는 보잉 직원들조차 자사 항공기가 안전하지 않고 규제당국의 심사가 부실하다고 조롱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8년 첫 추락 사고가 일어나기 약 8개월 전에 보내진 해당 이메일에서 한 직원은 737 맥스에 대해 "이 기종을 설계한 건 광대들이고, 그 광대를 감독하는 건 원숭이들이지"라고 꼬집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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