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중동 역할 확대 방안 검토…전투병력 확대에는 선 그어
트럼프 요청 고려…방위비 등 이어 미국·유럽 동맹 또 한 번 갈등 가능성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중동에서 역할 확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AFP 통신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동에서 나토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이는 꼭 전투 병력 배치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최선은 기존의 현지 병력 훈련 임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방위비 문제 등을 놓고 갈등하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중동 역할 확대 문제를 놓고 또 한 번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취재진에게 나토가 중동에 더 많이 관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요청과 관련, "나는 우리가 국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반드시 나토 병력을 대규모 전투 작전에 배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의 방법은 현지 병력이 스스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정확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하는 일"이라면서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이러한 활동을 더 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귀환을 막기 위한 현지 병력 훈련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를 위한 나토 인력은 500여명 규모로, 군 인력과 지원 업무를 맡은 직원 등 군사, 민간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기 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한 통화에서 나토가 중동에 더 많이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가 국제 테러리즘에 맞선 싸움과 지역 안정에 더 많이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이와 관련, 취재진에게 중동에 주둔한 미군이 전부 또는 대부분 미국에 돌아오게 하고 나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나토를 압박하고, 나토에 중동을 포함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가 어떻게 역할을 확대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채 어떤 변화가 있든 29개 나토 회원국, 중동 국가들과 협의한 뒤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나토의 역할이 유럽과 북미 지역에 집중됐고, 다수의 동맹국은 중동에 더 관여하는 것을 꺼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반응은 보이되 현실적인 한계 등을 고려해 기존 방식에서 큰 변화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의 근간인 나토 조약에 나토는 "북대서양 지역의 안정과 안녕을 증진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역할 확대 제안은 나토 임무의 전환을 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았던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동맹국을 향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일방적인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 이에 따른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 공격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 등으로 불협화음을 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과 이란의 보복 공격 등을 계기로 미국은 유럽 동맹국이 중동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불만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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